[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화려한 싱글, 즐거움은 더블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저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외롭지 않아’ ‘외로울 수 없어’라는 식으로 억압하고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식하는 탐색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화려한 싱글, 즐거움은 더블
집단·가족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도 ‘싱글’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할 사회적 현상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인 가구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1인 가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웨덴에서는 ‘중년의 싱글’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고립되기보다는 활발한 사교 활동을 영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년 싱글 중 혼자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은 물론이고 여행, 드라이빙, 수상스포츠, 컬러링북 색칠, 블록 조립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대개 혼자만의 취미활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완벽한 몰입과 그로 인해 얻는 자기만족을 즐기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앱(응용프로그램) 등 중년 싱글을 타깃으로 삼은 취미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중년 싱글’ ‘4060취미’ 등을 검색하면 관련 카페나 모임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같은 또래가 아닌 세대를 초월해 취미 활동을 영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모임도 다양하다.

취미 동호회 앱인 ‘프립’ ‘N소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프립(Frip)은 친구(friend)와 여행(trip)의 영어 단어를 조합한 이름이다. 관심 있는 프립 페이지를 ‘탭’ 하면 참가 비용과 일정, 장소, 그리고 체험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래프팅, 서핑, 패러글라이딩, 카누, 양궁, 사격, 스쿠버다이빙, 크라이밍 등 혼자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장이다. 개인이 어떤 활동을 원한다는 의견을 올리면 다른 이들이 보고 동참하는 방식이다. 주최자는 일반인인 경우도 있고 전문가가 나설 때도 있다. 시간상 문제로, 혹은 혼자 등록하기 부담스러운 종목을 원하는 만큼 선택해 경험할 수 있어 싱글들에겐 안성맞춤이다. N소모임 역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온·오프라인에서 취미 활동을 즐기고 친목을 다질 수 있다.

독서모임 ‘양재나비’에 매주 토요일 오전 6시40분에 책을 읽고자 하는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매회 참가비는 5000원이고, 모임 때 나눠주는 유인물과 간식비 등으로 쓴다. 2009년 독서 포럼 ‘나비’ 창립 당시 2~4명이던 회원이 100여명을 넘어섰다. 저자 특강 때는 750여명이 모이기도 했다. 양재나비에 참여해온 회원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새로운 나비를 조직하기도 한다. 이들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2박3일간 전국 나비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 MT’도 열면서 친분을 쌓고 있다.

나비 관계자는 “회원 중에 중년인 싱글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독서를 통해 각자 사유하고, 타인과 깊게 교감하면서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한경머니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