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호전실업 회장이 제조가 까다로운 팀복과 아웃도어 의류 제조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이 제조가 까다로운 팀복과 아웃도어 의류 제조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 사무실에는 인도네시아 의류 공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형 TV가 걸려 있다. 감시하려고 둔 게 아니다. 현지 사정을 바로 파악한 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작업자들 움직임이 이상하다 싶으면 현지 담당자를 화상으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한다. 박 회장은 “나이키 언더아머 등 주요 고객사가 계속 주문을 늘리고 있어 빡빡하게 라인을 운용 중”이라며 “조만간 공장을 더 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키 “생산 두 배 늘려달라”

1985년 설립된 호전실업은 나이키 언더아머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스포츠 및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다. 미국의 4대 스포츠 리그인 야구(MLB), 농구(NBA),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HL) 유니폼을 공급한다. 인도네시아에 6개, 베트남에 1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호전실업의 요즘 최대 화두는 증설이다. 최대 고객사인 나이키가 공급량을 두 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게 계기다. 박 회장은 “올해 나이키 공급 예정 물량이 6500만달러 규모인데 이 물량의 최소 1.5배를 처리할 수 있게 라인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키가 OEM 업체 수를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데 호전실업이 파트너로 들어가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나이키·언더아머가 선택한 호전실업, 아웃도어 OEM시장 '왕좌' 노린다
골프 바지와 낚시복, 사냥복 등을 공급하는 언더아머의 주문량도 급증하고 있다. 언더아머 공급량은 2011년 약 400만달러에서 지난해 7000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미국 스포츠웨어 전문브랜드 퍼내틱스, 오클리 등과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주문이 늘고 있는 것은 호전실업의 높은 기술력 때문이다. 주력 품목인 팀복은 로고와 원단 등이 제각각이라 생산이 까다롭다. 일반 의류처럼 비슷한 종류의 옷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게 아니다. 호전실업은 1993년 리복을 시작으로 2003년 나이키, 2008년 아디다스, 2011년 언더아머 등으로 거래 업체를 확장하며 품질과 납기를 검증받았다. 바늘과 실이 필요없는 ‘고주파 접합기술’ 등 제조 부문 특허도 여러 개 보유 중이다.

◆공장 렌트 등으로 물량 조절

박 회장은 “의류 제조는 성수기 땐 잔업까지 해도 물량을 맞추기 어렵고 비수기 땐 공장을 놀리는 경우도 있어 무작정 라인을 확장하기 어렵다”며 “이 차이를 좁히는 게 사업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설명했다.

호전실업은 작년 초 한 베트남 의류업체에서 공장을 빌려 쓰는 실험을 했다. 필요한 물량을 증설 없이 바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의류 제조에선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그는 “공장 짓고, 설비 들이고, 직원 교육할 필요 없이 곧바로 생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2020년까지 5억달러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용 단체복 주문도 받았다. 비수기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 물류업체 페덱스 유니폼 수십만장을 수주했다. 국내 교복 시장 진출도 같은 맥락이다. 호전실업은 최근 ‘쎈텐’이란 브랜드로 국내 교복 시장에 진입했다. 비수기에 교복을 미리 제작해 둔 뒤 부족한 물량은 주문을 받아 처리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