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 포르쉐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911, 박스터 등의 스포츠카만을 고집해 왔지만 SUV, 세단에 눈을 돌린 것. 덕분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제품 개발에 힘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2013년 선보인 컴팩트 SUV 마칸도 힘을 보태고 있다.

마칸은 포르쉐 SUV 저변 확대라는 임무를 갖고 있다. 2.0ℓ 다운사이징부터 3.6ℓ 터보까지 폭넓은 엔진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동참한 GTS는 911을 비롯한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고성능 성격이다.

▲스타일
911에서 시작한 유연한 곡선을 2박스 SUV에 접목시켰다. 사이드미러, 리어 스포일러, 도어 가니쉬 등 곳곳에 검정색과 탄소섬유로 역동성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전면부는 4점식 LED, 포르쉐 다이내믹 라이트 시스템 플러스(PDLS 플러스)를 삽입한 헤드램프와 대형 그릴이 제품 정체성을 드러낸다. 기존 마칸보다 과한 인상이다. 그릴 중앙엔 카메라와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센서를 부착했다. 스키드 플레이트는 차체색과 맞춰 아웃도어보다 승용차 이미지에 가깝다.

측면은 지상고를 낮추고 C필러를 최대한 눕혀 SUV보다 해치백 같은 모습이다. 포르쉐가 마칸을 두고 작은 카이엔이 아닌 '큰 911'이라 칭한 이유 중 하나다. 후면부는 4개의 배기구와 디퓨져가 고성능을 암시한다. 어둡게 처리한 테일램프가 갖는 분위기도 맥을 같이한다. 트렁크를 여는 버튼은 와이퍼 중심에 마련해 간결하다.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실내는 외관과 정반대로 검정색 바탕에 빨간색으로 레이싱 DNA를 표현했다. 대시보드, 도어트림 등에 쓰인 카본 실내 패키지도 같은 쓰임새로, 120만원에 달하는 비싼 품목이다. 좌우대칭형 대시보드를 채택해 안정적이며 키꽂이는 전통에 따라 스티어링 휠 왼편에 있다. 센터페시아, 센터 콘솔 앞엔 다양한 버튼이 배치됐지만 구성은 직관적이다. 오디오, 내비게이션을 묶었으며 뒤로 갈수록 공조장치, 주행 로직 시스템 등으로 나눴다.

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탑승자를 잘 안아준다. 특히 운전석은 18개 방향으로 조절 가능해 체형에 맞출 수 있으며, 소재와 마감의 완성도가 높다. 뒷좌석 공간은 역동을 강조한 것에 비하면 헤드룸, 레그룸 모두 여유롭다. 적재 공간은 500ℓ가 기본이며 4:2:4 분할식 2열을 접으면 세 배로 늘어난다.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성능
V6 3.0ℓ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360마력, 최대 51.0㎏·m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1,650에서 4,000rpm까지 유지된다. 시승차는 스포트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해 2t의 차체를 5초 만에 시속 100㎞까지 올릴 수 있다. 굳이 런치 컨트롤을 쓰지 않아도 5초대 진입은 무난하다. 최고속도는 256㎞/h다. 포르쉐 7단 더블클러치인 PDK의 직결감과 변속 속도 역시 인상적이다. 순식간에 단수를 올리며 패들시프트와 함께 스포츠카의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

주행모드는 스포트, 스포트플러스 두 가지를 더했다. 엔진 반응과 서스펜션 감쇄력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아이들링 엔진회전수(rpm)의 경우 일반 610, 스포트 770, 스포트플러스 830 수준이다. 주행모드에 상관없이 가변 배기 버튼을 누르면 고막을 요동치는 듯한 배기음으로 주행 감성을 높일 수 있다.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코너링으로 유명한 브랜드 가치는 와인딩에서 빛을 발한다. 차체의 앞과 뒤가 하나된 느낌으로 달려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게 중심이 예상보다 낮은 데다 배분 역시 안정적인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돌아나갈 수 있다. 여기엔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도 한 몫한다.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를 적용한 구동계는 평소 앞뒤 각각 15:85의 구동력을 배분하다 상황에 따라 앞쪽으로 힘을 보탠다. 바퀴별 구동력은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표시 효율은 복합 7.1㎞/ℓ, 도심 6.2㎞/ℓ, 고속도로 8.6㎞/ℓ다. 물론 포르쉐 바이러스에 취하다보면 잊어버리게 된다.

▲총평
SUV의 실용성보다 스포츠카의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차종 특유의 공간활용성 확보는 물론이고 '운전 재미'란 본능에 더욱 충실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SUV를 탔는지 스포츠카를 탔는지에 대한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더불어 힘의 여유는 마칸 터보만큼은 아니지만 GTS의 등장 배경을 여실없이 보여준다.

최근 마칸의 판매가 조금씩 줄고 있다. 마칸 디젤은 올해 1~4월 162대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마칸의 다른 제품군은 관심에서 멀어지는 중이다. 마칸 GTS는 이런 상황에서 고성능 관심을 불러 일으킬 제품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마칸 GTS에 거는 포르쉐코리아의 기대 또한 작지 않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제품력은 인정하지만 9,79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따른 반응은 궁금할 따름이다.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시승]정체성의 혼란, 포르쉐 마칸 GTS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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