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비즈니스] '남다른 주부' 사로잡은 프리미엄 가전
참신한 디자인과 뛰어난 기술력, 정교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생활가전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3월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선보인 ‘LG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은 탁월한 기능과 함께 가격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65형)의 가격은 1100만원, 냉장고 850만원, 세탁기 320만~390만원, 가습공기청정기는 149만원이다. 이들 네 가지 제품을 모두 구입하면 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기존 TV·냉장고 가격의 두세 배다.

LG전자가 ‘초고가’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시그니처 라인을 론칭한 것은 유럽 가전 업체들이 초고가 가전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가전 시장에서 유럽 가전 기업들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절대 강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가전 업체들이 현지에서도 가격이 가장 비싼 고가 제품, 프리미엄 제품을 속속 들여오면서 유행에 민감한 국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밀레가 지난해 말 선보인 ‘제너레이션 6000’ 시리즈는 콤비오븐이 700만~1500만원, 커피 메이커 925만원, 냉장고 828만원, 와인 냉장고 700만원 수준의 초고가 라인이다. 웬만한 소형차와 오토바이 한 대값이다. 국내 판매 넉 달 만에 입소문이 나면서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밀레코리아는 올해 프레스티지 매출 증가 목표를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높여 잡았다.

독일 지멘스도 주력 제품인 인덕션이 전기레인지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대가 300만원대 중반부터 400만원대 후반까지 높은 편이지만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지멘스 관계자는 “인덕션 제품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인덕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세계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에서 60~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다이슨은 자체 특허 제품인 V6 모터를 탑재한 ‘V6 플러피 헤파’ 청소기를 119만원에 파는데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강남 냉장고’로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스메그의 300L급 냉장고는 가격이 300만원이나 되는데도 서울 강남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35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시장 비율은 약 5%(17조5000억원)다. 최근 수년간 가전 업계의 불황에도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일반 가전 시장 대비 3배 정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