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하나은행장 '탕평비'…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진필기'

갈수록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은행권에서 각 은행을 대표하는 CEO들이 올 하반기의 경영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던진 몇몇 메시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은행장들은 최근 잇따라 열린 올 하반기 전략회의나 워크숍 같은 자리를 활용해 임직원들에게 각자 처한 상황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하나은행 김병호 행장의 메시지다.

김 행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하반기 영업전략회의에서 조선시대 영조의 탕평비(蕩平碑)를 거론했다.

영조가 자신의 탕평책을 알려 경계하도록 하기 위해 성균관 반수교 위에 세운 탕평비에는 '주이불비 내군자지공심 비이불주 식소인지사의(周而不比, 乃君子之公心, 比而不周, 寔小人之私意)'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이 문구는 "군자는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면서 당파를 이루지 않지만 소인은 당파를 형성해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김 행장은 직원들이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 문구를 앞세워 외환은행과의 통합 과정에서 서로 반목하지 말고 하나가 돼야 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 행장은 이 문구를 얘기하면서 "끼리끼리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김한조 행장도 지난달 27일의 하반기 전국지점장회의에서 "외환은행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통합은행으로서 서로 강점을 융합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은행의 초석을 다지자"고 강조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7월31일 열린 창립 54주년 기념식에서 논어에 나오는 '강의목눌(剛毅木訥)'을 인용하면서 직원들의 분발을 주문했다.

강의목눌은 강직하고 굳세고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성품을 뜻한다.

권 행장은 이 한자성어를 앞세워 임직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인하고 의연한 태도로 정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최근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맹활약한 미국의 전쟁 영웅 조지 패튼 장군의 리더십을 본받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패튼 장군이 전투의 선봉에 서는 등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면서 부서장들에게 그런 자세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는 부서장들이 현장 영업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성공적 민영화를 제1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은 지난달 25일 주재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찾아가는 영업'을 강조하면서 모든 지점장들에게 구두 한 켤레씩을 선물했다.

구두에는 발로 뛰는 영업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행장은 또 힘써 나아가면 이뤄진다는 뜻의 '역진필기(力進必起)'라는 한자성어를 제시하면서 모든 임직원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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