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 중에선 연 1%대 이자를 받으려고 은행에 돈을 맡기느니 차라리 현금으로 찾아 집에다 보관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 빠질 수 있고, 차명계좌 문제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현금 보관용 개인금고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선 올 들어 고급 금고 브랜드 루셀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이달 들어선 금고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져 지난 19일까지 매출이 작년보다 32% 증가했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도 금고가 매달 10대 안팎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2012년 개인금고 판매량은 전년보다 2%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15% 늘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12일 이후 금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금이나 골드바 등을 보관할 용도로 금고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의 골드바 매출도 3월 들어 25% 증가했다. 금값이 싸지면서 재테크를 위해 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량은 2013년 704㎏에서 지난해 1383㎏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도 금고 판매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2년 61.7%에서 지난해 25.8%까지 떨어졌다. 한은에서 나간 5만원권 중 상당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의 출납 담당자들이 본점에 5만원권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신영/유승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