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트 SUV 푸조 3008은 프랑스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차다. 푸조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이 더해져 최근 레저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구미를 당긴다. 그래서 인기도 있다. 올해 총 517대(11월 기준)를 판매했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푸조 전체 판매에서 25%를 차지할 정도다. 푸조에게는 효자 차종인 셈이다.

[시승기]실용 입은 프랑스 감성, 푸조 3008

인기의 비결은 뛰어난 역시 효율이다. 1.6ℓ e-HDi를 장착한 3008 악티브는 ℓ당 효율이 18.1㎞(복합)에 이른다. 동급 세단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SUV임을 감안하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디젤 엔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푸조의 친환경 기술이 맘껏 적용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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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디자인 자체는 연식이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면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중량감이 큰 차가 아닌 데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최근 컴팩트 SUV가 쿠페나 세단에서 디자인 형식을 빌려오는 것과 다른 차원이다. 예술에 높은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의 정서가 반영됐다.

짧은 보닛은 인상적이다. 또한 A필러 연장선 끝에 자리한 헤드램프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낸다. 후반으로 갈수록 아래로 향하는 루프의 미묘한 각도는 이른바 '엣지' 스타일이다. 전체 라인과 어울려 3008의 성격을 대변한다. 리어램프는 꽤나 공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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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실내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다. 운전석에서 조작이 편리하도록 설계된 센터페시어는 독립 구조로 설계돼 좌우가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다. 곳곳에 고광택 소재로 고급감을 높였고, 무광택 크롬 패널은 세련됐다. 계기판이나 트립 컴퓨터는 오렌지 조명이 채택됐다. 눈이 피로하지 않은 채도라는 게 조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후·측면 시야는 경쟁차에 비해 월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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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푸조의 상징이 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팝업형이다. 전용 유리창이 대시보드 위에 자리해 속도와 차간거리를 표시한다. 운전자 앉은키에 맞도록 반사 위치를 설정할 수 있는데, 조작 버튼은 센터페시어 상단에 있다. 물론 차간 거리 설정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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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 공간은 3008의 특장점 중 하나다. 뒷좌석 6:4 폴딩 시트는 기본이고 조수석도 완전히 접힌다. 푸조 특유의 재치 있는 내부 공간 활용은 3008을 더욱 매력적인 SUV로 만들어 준다. 적재용량은 512ℓ지만 좌석을 모두 접으면 1,604ℓ까지 늘어난다. 곳곳에 배치된 수납함도 활용도가 높다. 트렁크는 클램 쉘 방식이며, 2단으로 여닫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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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3008 악티브 e-HDi에는 6단 전자제어 변속기(MCP)와 1.6ℓ HDi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112마력, 최대 27.5㎏․m의 성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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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다. 디젤이지만 정숙하다. 진동 역시 잘 억제돼 있다. 디젤 기술 자신감이 묻어난다. 스티어링 휠은 유럽차답게 묵직하지만 좌우 방향 전환에 어려움은 없다. 여성운전자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스티어링 휠 반응이 재빠른 점은 운전의 재미를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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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어 변속기는 MCP로 부른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한 자동변속기다.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MCP의 특징은 기어레버에 '주차(P)'가 없다는 점이다. 수동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차 때는 반드시 '중립(N)'에 시프트 레버를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 한다. 레버를 당겨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해제 때는 가속 페달만 밟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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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속 구간의 변속 충격은 MCP 변속기의 단점이다. 부드러운 변속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변속 때의 울컥거림을 없애려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어야 한다. 물론 패들시프터를 통한 직접 가속 때는 이질감이 줄지만 여전히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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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엔진의 힘까지 부족하지 않다. 시속 8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있게 밀어내는 실력을 갖췄다. 한계 시속도 어려움 없이 오른다. 경쟁 차종의 2.0ℓ SUV와 비교해 손색 없는 높은 토크 덕분이다. 혹자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112마력은 단점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일상 주행에서 큰 불편함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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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의 푸조'라는 말이 있든 비교적 큰 차체지만 곡선 주로에서의 움직임은 경쾌하다. 지상고가 높지만 코너에서 쏠리는 경향은 적다. 기본기가 잘 갖춰진 느낌이다. 주행 안정성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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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컨트롤이라는 트랙션 시스템이 장착됐다. 도로 여건이나 주행 상황, 기후에 따라 접지력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오프로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 대응 구동 시스템을 떠올리면 된다. 정통 오프로더는 아니지만 SUV라는 장르적 특성을 반영한 셈이다. 요즘처럼 눈이 많을 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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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연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3008의 효율은 특별하다. 동급 어느 차를 봐도 ℓ당 18.1㎞를 넘는 차를 찾기 쉽지 않다. 특히 3세대 '스톱&스타트'는 정차 시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는다. 덕분에 15%의 효율 향상(시내 기준) 효과를 낸다는 게 푸조의 설명이다.

▲총평

[시승기]실용 입은 프랑스 감성, 푸조 3008

화려하지 않으면서 감각적인 디자인, 높은 성능과 주행 안정성, 월등한 효율은 3008의 최대 무기다. 푸조의 전략상품다운 다양한 기능성과 실용성도 장점이다. 매년 많은 차종이 시장에 출시되고, 때로는 잊혀져 간다. 이런 상황에서 성능과 효율, 실용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푸조 3008은 분명 매력이 될 수 있다. 가격은 4,070만원.

[시승기]실용 입은 프랑스 감성,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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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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