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야전침대서 미친 듯 사업 준비…꿈이 있어 좋았죠"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57)은 전남 순천시 풍덕동에서 파평 윤씨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10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집성촌에서 가장 부유했던 윤 회장 집은 증조할머니까지 4대가 머슴 10여명을 거느리고 사는 대가족이었다. 그의 인생을 관통해온 책임감과 주인의식은 이렇듯 어린 시절에 심어졌다. 해운업을 하던 아버지가 간경화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고교 3학년 때부터 그는 사실상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절친한 죽마고우에게 등 떠밀려 입학한 대학은 그에게 생활전선의 연장이었다. 대학의 낭만은 그에게 사치였다. 쓰러진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조선대 무역학과 대학생 윤홍근은 죽어라 공부했다. 수석 졸업의 영광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육군 학사장교 1기로 군대생활을 마친 그는 1984년 미원(지금의 대상)에 입사했다.

이 선택은 그의 인생을 바꾼 도화선이었다. 신규 사업으로 시작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윤 회장은 회사가 사업 중단을 결정한 순간,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1995년 7월 사표를 내고, 그해 9월1일 자본금 5억원의 BBQ 가맹 본사(회사명 제너시스)를 설립한 것이다. 그해 말 가맹점은 고작 16개였다. 그러던 제너시스BBQ가 지금은 10개 브랜드에 총 4080개 가맹점(국내 3730개, 해외 350개), 연간 매출 1조원(가맹점 매출 포함)을 바라보는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도약했다. 윤 회장이 단골로 찾는 서울 청담동의 ‘코리안하우스’에서 드라마틱한 사업 인생을 들어봤다.

◆월급쟁이에서 사업가로 변신

자리를 잡고 앉자 코냑에 숙성한 등심이 들어왔다. 윤 회장은 오랜만에 ‘화요’ 소주를 찾았다. 짜릿한 화요와 함께 사업 초기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1995년 7월7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사업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인생 전부를 건 승부수를 던진 날이니까요. 이후 두 달간 자본금 5억원을 모으느라 동분서주했지요.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옮기고 저금과 대출을 탈탈 털어 1억원을 마련했고, 나머지 4억원은 선후배와 친구들이 2000만~5000만원씩 투자했습니다. 내 이름 석자만 믿고 당시 집 한 채에 해당하는 돈을 투자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요.”

1년여를 준비한 사업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 구의동에 마련한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미친듯이 일했어요. 시간 절약을 위해 끼니는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고, 지방 출장을 가면 경비를 아끼느라 여인숙을 애용했습니다. 그래도 꿈이 있어 좋았어요.”

상품 개발, 물류센터, 가맹점 관리 시스템 등을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판단해 그해 10월 말 첫 사업설명회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10명에 불과했다. 직원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는 직원들을 이렇게 독려했다. “우리만의 특별한 맛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두려울 게 뭐 있습니까. 다시 한번 뜁시다.” 그해 11월16일, 드디어 가맹 1호점이 경기도 연천군에서 탄생했고 연말까지 16개점이 문을 열었다.

◆위기는 기회다

등심이 맛있게 구워진 다음, 맛깔스런 전복 안주가 나왔다. 진한 소주 ‘화요’가 몇 순배 돌았다. 어려운 시절의 ‘위기극복기’가 전복보다 맛있는 안주로 느껴졌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환율이 2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수입 사료와 닭고기, 식용유 값이 덩달아 오른 데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렸어요. 그래서 가맹점주들과 닭고기 공급업체인 마니커에 고통을 분담하자고 설득했지요. 원가 인상분 30%를 BBQ 본사가 10%, 가맹점이 10%, 닭고기 공급업체가 10% 등 각자의 이윤을 양보하자는 방안이었습니다. 끈질긴 설득이 주효해 원가 인상 없이 6개월 이상 버텨 나갔지만 다른 브랜드들은 여지없이 나가떨어지더라고요.”

윤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TV광고를 하자고 제안했다. 임원들은 아연실색했다. 기업들이 광고비는 물론 설비투자까지 줄이는 판에 비싼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위기의 뒤에는 언제나 기회의 얼굴이 숨어 있는 법입니다. 남들이 다 움츠리는 위기상황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고 설득하자 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결국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지요.”

외환위기로 쏟아져 나온 명예퇴직자들은 TV에 자주 비치는 BBQ를 생계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삽시간에 가맹점이 500개를 넘어섰다. 외환위기 여파가 끝나갈 무렵인 1999년 상반기에는 가맹점 1000개를 돌파했다. 가맹점 증가에 따라 본사 매출과 이익도 더불어 늘었다. 그는 이 이익을 치킨대학과 물류센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과감히 투자했다. 해방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에서 200여개 치킨 브랜드가 죽을 쑤고 있었지만, 유독 BBQ 본사와 가맹점은 매출이 늘어났다.

◆인적 네트워크의 소중함

그는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 제 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임직원을 자르는 법도 없다. 윤 회장이 인적 네트워크의 소중함을 절감한 것은 학사장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9월 임관한 학사장교 1기는 모두 623명이었다. 그는 보병 소대장으로 최전방인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 천도리에 있는 12사단에 배치받았다.

선배 기수가 하나도 없는 동기생들은 윤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그가 호출하면 인근 지역 학사장교 100여명이 만사 제쳐놓고 달려왔다. 장교 100여명을 거느리는 것은 군단장이라야 가능한 일. 동기들은 그에게 ‘천도리 군단장’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1984년 제대를 앞두고 동기생 모두 취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습니다. 그래서 430명의 이력서를 더플백에 넣고 서울로 올라왔죠. 삼성, 현대, 대우, 롯데, 두산, 미원그룹 등 10여개 대기업의 취업원서 마감날에 모두 접수시켜 100% 취업에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 동기생은 아직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능력·창의성은 학벌에서 나오는 게 아니죠"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야전침대서 미친 듯 사업 준비…꿈이 있어 좋았죠"
그의 인재관은 때로 파격적이다. “2004년 12월이었을 것입니다. 이메일에 낯선 이름이 떠서 내용을 읽어봤더니 한 복학생이 당돌하게 사업 제안을 했더라고요. 기회를 주면 우리 회사의 성장엔진이 되고 싶다는 거죠. 배짱이 두둑한 주인공이 누구인가 궁금해 면담 날짜를 잡았어요. 그는 20분간 자신이 몇 년간 구상해온 패션 김밥전문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의 창의성과 배짱이 마음에 들어 입사시키기로 결정했지요. 8급 고졸사원으로 들어온 그를 6개월 만에 5급 대졸 4년차 대리로 특진시켜 김밥 브랜드 사업 담당 팀장으로 발령냈어요. 임직원들이 술렁거렸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능력과 창의성은 학벌에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을 향해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한 게 사업 인생 1막이라면, 맥도날드를 넘어서 세계 프랜차이즈 시장에 우뚝 서는 게 사업 인생 2막의 완성판이라고 그는 말했다. 윤 회장은 2003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10년 가까이 해외시장 공략에 땀을 흘렸다. “그동안 많은 공을 들인 중남미 시장 1호점이 드디어 내달 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문을 엽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이 중남미에 발을 디디는 첫 사례입니다. 이를 발판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에콰도르 같은 인접 국가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현지 파트너가 로열티를 내고 가맹사업권을 갖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완료한 국가만 56개국에 이릅니다.”

제너시스BBQ는 2003년 중국 상하이에 해외 1호점을 개설한 이래 치킨 원조국인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중동, 유럽 등 30개국에 총 350개의 매장을 냈다. 올 하반기에도 지난 7월 인도 1호점이 성공적으로 문을 연 데 이어 10월 브라질, 11월 사우디아라비아, 12월 영국에 순차적으로 점포를 낸다.

윤 회장은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흑자로 전환하고 있고 미국 시장도 1~2년 후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해외시장 중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는 레스토랑 형태의 BBQ프리미엄카페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올해 약 40억원의 흑자를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맥도날드는 최종 목표점이다. “제너시스BBQ가 아직은 맥도날드에 비할 수 없지만 세계 어디든 고객이 원하는 곳이면 달려간다는 칭기즈칸식 경영정신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생각이에요. 글로벌 시장에서 남을 베끼고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는 이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습니다. 창조자가 돼야 하는 것이지요.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개 BBQ 가맹점을 열고, 여기서 연 매출 50조원을 달성하면 맥도날드를 추월하는 세계 최대프랜차이즈 그룹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윤홍근 회장의 단골집 코리아하우스 - 코냑에 숙성한 한우등심 인기메뉴

코리아하우스는 서울시가 지정한 자랑스러운 한국음식 업소로, 한우 및 한국 전통음식 전문점이다. 4인석에서 50인석까지 다양한 규모의 25개 프라이빗 룸은 비즈니스 장소로 인기다. 외국인 바이어에게 한국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점심에는 숯불구이 정식, 갈비찜 정식, 보리굴비 정식 등 3종을 선보인다. 특히 냉녹차에 밥을 말아 먹는 보리굴비 정식이 별미다. 보리굴비 정식, 숯불구이 정식은 각각 3만3000원이다. 저녁 요리로는 자연산 세꼬시, 전복사시미, 전복된장구이, 전복버터구이, 독천낙지, 육사시미(국내산 한우), 육회(국내산 한우), 모둠전, 녹두전 등을 내놓는다.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도 있다. 전남 화순에서 매일 신선한 상태를 유지해 제공하는 육사시미가 대표적이다. 한우의 등심 부위 중에서도 최상급인 꽃등심도 맛볼 수 있다. 코냑으로 숙성해 맛을 살린 코냑등심은 코리아하우스만의 인기메뉴다. 가격은 꼬냑등심 9만원, 스페셜등심 5만5000원, 생갈비 6만1000원, 양념갈비 6만3000원이다. (02)543-8888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