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국가들의 발주가 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제2의 해외건설 중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주에 비해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고 있어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택균 기자가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국내 건설업계의 중동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단일국가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05년 매출 9억달러로 3.6%에 그쳤던 우리나라의 중동 시장 점유율은 올해 172억달러를 기록, 20.7%까지 늘었습니다. 경쟁국인 미국(15.4%)과 중국(13.6%) 보다 점유율이 5% 이상 앞섰습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공사 건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공사 건수는 총 109개국, 1883건으로 2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대형 건설사의 독무대였던 해외건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중소 건설사도 부쩍 늘었습니다. 전북 소재의 정신건설이 430억원 규모 사우디 항만터미널 공사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금토종합건설과 백석토건 등 중소건설사의 해외공사 수주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국내 건설사의 잇따른 수주에 힘입어 지난 6월에는 해외건설 수주 누적액이 5천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누적 수주액 1조달러를 돌파하는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이상주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 "최근 5년간 저희가 3천억불을 수출했습니다. 올 6월에 누적합계 5천억불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목표가 700억불인데요. 2014년 이후엔 매년 천억불 수주를 할 수 있을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2020년엔 빠르면 2018년엔 1조불을 수주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해외건설 매출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은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해외매출 비중이 큰 국내 대형사의 매출은 일제히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8%대였던 평균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5%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이 외화획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인 외화가득률도 24%로 다른 산업대비 낮을 뿐 아니라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 "외화가득율이 과거에는 우리 기능인력들이 대거 진출했습니다. 80년대 초반에 사우디를 중심으로 우리 인력이 20만명 정도가 진출했고요. 이에 따라서 인건비라든가 이런것들이 국내로 송금되기 때문에 외화가득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력은 저희들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한다고 해도 고급기술직이나 관리인력 일부만 진출하고 기타인력은 제3국이나 현지인력을 조달해서 쓰고 있습니다. 인건비 부분에서 외화가득을 높이는건 지금 상황에선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산업이 해외에서 공사만 잔뜩 벌여놓고 정작 수익은 못챙기는 속빈강정으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실태를 직접 취재한 김택균 기자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김기자, 늘어나는 해외건설 수주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원인은 뭡니까? 가장 큰 이유는 공사를 헐값에 따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저가 수주 현상이 국내 건설사끼리 출혈경쟁 때문에 나타난다는 건데요. 국내 한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올들어 중동에서 발주된 건설 프로젝트 5건 중 1건꼴로 국내 건설사끼리 출혈 경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발주처인 중동 국가들도 이점을 잘 알고 공사비 인하를 위해 한국 건설사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인데요. 지난 6월 한화그룹이 이라크에서 따낸 9조원대 신도시 건설공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사업 수주에 나섰다가 포기한 업체 관계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OO건설 관계자 "처음에 이라크 쪽에서 한국 회사 중간에 에이전트 같은 회사가 저희 회사 뿐만 아니라 여러 건설사들 컨텍해서 저희랑 많이 교류를 많이 했는데요. 저희는 이윤도 좀, 공사비도 너무 낮게 돼 있고 거기다 치안 문제가 있으니까 시큐리티 부분에서도 비용이 많이 증가한다고 하더라고요." 전문 기술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은 수주를 따고보자는 풍토 역시 수익성 악화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투입된 인력은 총 18만명인데 이중 한국인은 1만7천명으로 10%도 채 안됩니다. 당장 2,200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2015년쯤에는 1만 4,000명 이상의 기술자들이 부족할 걸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수행 능력에 맞춰 일감을 따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 "2006년 이후 해마다 30% 가까이 수주 실적이 늘었는데 문제는 해마다 30%씩 수주실적이 늘어난다고 해외건설 인력이 해마다 30%씩 늘어나는게 아닙니다. 그러다보니까 수주잔고에 비해서 수행능력을 가진 전문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프로젝트가 공기가 지연되고 공사비가 올라가게 되는거죠. 이것도 양적의 수주확대만 할게 아니고 수행역량을 감안한 수주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공사를 따낸다는 얘긴데요. 별로 남을게 없어보이는 중동시장에 우리 건설사들이 죽자고 덤비는 이유는 뭡니까? 다른 국가보다 중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수주를 따내기 쉽기 때문입니다. 한국 건설사들은 지난 30~40년간 중동지역 공사 경험이 풍부하고 네트웍도 탄탄합니다. 또 국내 엔지니어 인건비가 유럽 업체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사업수행력을 가진 한국 업체끼리 중동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줄어든 매출을 무리하게 해외에서 만회하려하다보니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위원 "제가 볼 때 2가지 측면이 있어 보이는데 첫번째는 MS율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시장이 안좋을 때 열심히 하면 MS가 올라가잖아요. 두번째는 전체적인 측면인데 워낙 국내 시장이 안좋다 보니까 해외쪽에서 보충을 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었죠. 사실 시장이 그렇게 안좋으면 목표도 낮추고 그러면서 눈치도 보고 수세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한국의 건설사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나갔어요." 국내 건설시장이 안좋으니까 해외로 내몰리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국내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국내건설 경기가 이렇게 침체된 이유는 뭡니까?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건설시장이 성숙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 구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공공발주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 건설업계가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와 민간 아파트 사업에만 의존해왔다는 점인데요. 이렇게 된데는 1차적으로 건설업계의 문제지만 좀더 깊이 보면 잘못된 정부의 정책 영향이 큽니다. 한국 건설산업의 현주소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해마다 7월말이 되면 국토해양부와 대한건설협회가 국내 건설사의 순위와 등급을 발표합니다. 바로 시공능력평가 제도입니다. 조달청은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이 등급을 참조해 건설사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형건설사는 큰 공사만, 중소형건설사는 작은 공사만 맡도록 한 겁니다. 강경완 대한건설협회 건설정보실 부장 "한정된 공사물량에 대한 자원배분 측면에서 봐야될 것 같고요. 물량이 100억대 되는 공사인 경우 대기업이 그 공사를 다 차지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공사들은 그 등급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수주할 수 있게 보호하는,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계 안팎에선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 경쟁을 가로막고 외형만 키우는 풍토를 낳고 있다는 겁니다. 배영휘 한국CM협회 회장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말하자면 외형 위주의, 또 제도적으로 업역을 만들고 칸막이를,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이라고 하는게 필요가 없었어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체제에서 그 사람의 기술력이 배양되는 것이지 경쟁이 필요없으면 기술 개발이란게 필요없잖아요." 기술경쟁 보다는 가격가격 중심의 입찰제도 역시 덤핑수주 관행을 불러온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저가 낙찰제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2006년 5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했던 이 제도가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면서 건설사 수익성은 눈에 띠게 급감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가격 중심의 이 제도를 폐기하고 대신 기술력 중심의 최고가치 낙찰제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국가 예산을 절감한다는 명목하에 2014년부터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 "최저가 낙찰제만 하더라도 가격경쟁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기술경쟁이라고 하는 턴키제도만 하더라도 순수하게 기술경쟁이 이뤄진다기 보다는 업계의 로비라던가 이런게 더 큰 문제로써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법제도 자체가 진정한 의미에서 기술경쟁이나 가격경쟁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외형 지상주의 정책과 가격경쟁 위주의 입찰제도 속에 국내 건설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니 한국의 건설산업에 문제가 심각하군요. 김기자,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건설수주의 수익성도 올리는 해법, 뭐가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단기와 중장기 처방을 내놓고 있는데요. 가장 시급한건 더 이상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묻지마 해외수주`를 줄이는 겁니다. 이를 위해 무리하게 세운 수주 목표치를 낮추고 수익성 중심으로 수주를 재편해야 합니다. 둘째는 시공에 치우쳐 있는 수주 구조를 고부가가치 위주로 바꿔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수주 가운데 73%는 플랜트에서 따낸 겁니다. 그런데 플랜트의 세부내역을 보면 절반이 부가가치가 낮은 시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자재와 기본설계 같은 용역은 외국 것을 쓰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엔지니어링이나 CM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국산 기자재 사용 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 두명의 말을 이어서 들어보시죠. 문헌일 대한엔지니어링협회 회장 "건설 위주로 지금까지 나갔는데 앞으로는 엔지니어링산업 위주로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엔지니어링산업 수출 1불을 할 때 기재자나 인력 포함해서 30불 정도를 수출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 "기자재를 해외 현장에 많이 사용하기 위해선 품질을 많이 높여야 합니다. 주요 발주처들이 우리 기자재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품질을 갖고 있다는걸 충분히 인지해서 자기들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도 높이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동에 편중된 해외수주 지역을 재편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의 현지 업체를 과감히 인수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울러 외형 위주의 경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형화, 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 두명의 말을 이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외국 글로벌 플레이어들이라면 매출액의 30~50% 정도를 해외시장에서 M&A를 통해서 올립니다. 수익을. 앞으로 가야할 길은 현지에 진출할 때 가장 빠른 방법이 내가 현지 사정을 알아서 하는거 보다 현지 기업을 인수해서 시장을 넓혀가는 방식이 훨씬 빠른 방식이죠. 그게 일반적인 글로벌 플레이어가 하는 방식입니죠."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위원 "큰 회사가 필요한게 공공발주라던가 이런 차원인데 공공발주 이제 많이 발주 못해요. 해외 엔지니어링 비즈니스가 슬림화가 되는, 특성화가 될건데 이런 차원에서는 좀더 조직의 상황도 슬림화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그래서 대형화보다 소형화를 통해서 서바이벌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기자 수고했습니다. 김택균기자 tgkim@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ㆍ은퇴하는 사장, 직원들에게 일한만큼 깜짝 수표 선물 ㆍ영국에 나타난 `컬러 UFO` 정체 알고보니… ㆍ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닥스훈트 오비, 다이어트 돌입 ㆍ윤도현 소녀시대 변신, ‘한밤의 TV 연예’ 공약 실천 ㆍ배수광 여자친구, `짝`MT서 만난 모태미녀 `이하늬+조윤희`닮은꼴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택균기자 tg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