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테크 전략] 대부분 '종이 金'에 투자…10년 수익률 372%로 코스피의 3배
금은 친숙한 듯하면서도 투자대상으로 삼기에 상당히 낯설고 어려운 자산이다. 달러를 대체하는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있지만 투자가 제한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금이 밀수품이란 인식이 강한 데다 가격움직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투자에 애로를 겪는다. 따라서 금에 투자할 때는 사전에 점검하고 챙겨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내가 투자하는 금상품이 종이 금(Paper Gold)인지 실물 금(Physical Gold)인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금상품에 투자하면 직접 금을 매수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금융상품은 실물 금이 아닌 종이 금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골드뱅킹상품도 전부 이 부류에 속한다. 금선물 시세나 관련지수 등을 벤치마크로 삼아 가격변동분만큼을 이자로 가입자의 통장에 찍어주는 방식이다.

은행은 금의 명목금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대차대조표상에서 부채로 잡아두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예금에 든 고객들과 같은 입장이다. 다만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골드뱅킹은 실물금 인출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어 예금 가입자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약간의 실물 금을 보관하고 있다. 은행은 금가격에 연동하는 이자를 계산해 자신의 신용으로 수익을 지급해 준다.

반면 실물금은 실제로 금을 보유하기 때문에 거래상대방 위험이 없는 상품이다. 내가 투자한 금상품이 실제로 귀금속 창고에 보관돼 내 이름으로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경우다. 거래상대방 위험이 없지만 분실도난에 대비한 보험계약 경비 운송 등을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

전 세계 금 관련 금융상품 거래량의 5% 정도만 실물금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ETF들도 대부분 실물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국내 유일의 금 ETF인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하이셰어스금ETF는 실물금에 투자하는 4개의 해외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실물금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형태인 셈이다.
[골드테크 전략] 대부분 '종이 金'에 투자…10년 수익률 372%로 코스피의 3배

금이 가진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도 이해해야 한다.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체자산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만큼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금을 화폐로 쓰던 금본위제였던 1900년 1온스를 35달러와 교환했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통화량이라면 온스당 가격은 6000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금 투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 왔을 뿐 아니라 변동성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10년 동안의 주요 투자상품의 장기수익률(5월 말 기준)을 보면 금이 372.1%(환노출 투자 시,환헤지 시는 343.5%)로 월등하다.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124.3%,S&P500지수 수익률은 -23.3%로 금보다 한참 부진하다. 3년,5년 등 중기수익률에서도 금이 가장 양호하다.

반면 지난 10년간의 월간수익률을 기초로 계산한 변동성은 금이 19.8%로 코스피지수의 변동률 33.8%보다 낮다. 석유 · 가스 등 에너지상품의 가격변동성은 34.7%에 달했다. 변동성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또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도 거의 없어 주식 외 대안투자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와 금 값의 상관계수는 -0.31이다. 금값이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때 올라가고,반대의 경우는 내려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경기선행지수와 상관관계도 적어 경기하락기에도 투자대안이 될 수 있으며,원화급락과 같은 악재이벤트에 대한 헤지기능도 뛰어나다. 이와 함께 극단적인 인플레이션기에 금값이 폭등하고 디플레이션 시기에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환율효과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화기준으로 금가격이 올라도 환율 움직임에 따라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환헤지를 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환헤지 때보다 환노출 시의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점이 걸린다. 특히 1990년대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나라만의 개별적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환율노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금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경우 금가격은 버블이며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경우 급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나아가 금은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계량적 통화완화나 제로금리정책이 끝날 때 심각한 추락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또 국제금융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캐리트레이드 자금들이 청산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금 가격 버블이 걷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