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치시면 굉장히 서운하죠."

2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벤처창업보육동(창업보육센터) 309호.예쁜 캐릭터 얼굴을 한 로봇이 다가와 커피를 사가라며 애원하는 목소리로 이렇게 졸라댔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퓨처로봇(대표 송세경)이 개발하고 있는 감성서비스 로봇이다. 얼굴 목소리 등에 감성을 담아 로봇의 딱딱한 이미지를 줄임으로써 이용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자는 게 개발 취지다.

카이스트에서 로봇공학 박사 학위를 따고 삼성전자에서 7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송세경 대표는 지난 9월 중순 창업에 뛰어들었다. '로봇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라는 애국심과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로봇을 내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엔지니어 특유의 자존심으로 창업보육센터를 찾았다.

그런데도 로봇 개발사업은 내년 상반기 시제품을 낼 수 있을 만큼 초스피드로 진행 중이다. 창업보육센터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송 대표는 "임대료가 없고 관리비가 싼 게 가장 큰 혜택"이라며 "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홍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면 2년간 최대 3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다. 중기센터 내 은행 식당 등 편의시설은 물론 차세대융합기술원 경기바이오센터 등 판교테크노밸리 인프라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퓨처로봇이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벤처기업인증'을 받아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었던 것도 창업보육센터 입주가 가산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창업보육동에는 51개 벤처기업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기업은 59곳으로 이 중 37곳이 기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생존율은 63%.어울림정보기술㈜ 나노켐텍㈜ 같은 코스닥상장사도 이 센터 출신이다. 센터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4개사는 규정(50억원 이상 매출시 5억원 기부)에 따라 총 13억원을 기부했다.

창업보육센터 직전 단계는 G-창업프로젝트다. 경기도가 자금 1000만원 등을 지원하며 예비창업자들이 모여 창업 기초를 배우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보육센터 인근 차세대융합기술원 10층이 산실이다. 6개월 과정을 거쳐 지난 11일 44명의 1기 예비창업자 및 초기창업자들이 졸업식을 가졌고 2기생 56명이 컴퓨터와 씨름 중이다.

1기 졸업생으로 빌트인 수저분리 살균소독기를 개발 중인 고성돈 계명길드 대표는 G-창업프로젝트에서 창업 아이디어의 95%를 구체화했다. 중견 가구업체에서 근무했던 그는 "G-창업프로젝트에서 엔지니어 출신 예비창업자들과 대화하며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기생으로 센서 등 의료정밀기기를 개발 중인 안인영 ㈜씨큐엠에스 대표는 시제품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께 창업보육센터로 둥지를 옮길 생각이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