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재즈를 국내에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해서 훈장을 주신 것 같아요. "

재즈 가수 나윤선(40 · 사진)이 6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았다. 슈발리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 중 코망되르,오피시에에 이어 세 번째 등급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에게 주어진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주드로,음악가로는 앙드레 류,필립 글라스 등이 받았다. 한국인으론 서울세계무용축제 이종호 회장,조각가 심문섭씨 등이 수상했다.

나윤선씨는 우리나라와 프랑스 사이의 문화교류에 공헌한 점을 높게 인정받았다. 나씨는 한국의 대표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을 맡고 있던 1995년 프랑스로 재즈유학을 떠나면서 프랑스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프랑스와 한국 무대를 오가며 음악 활동을 펼쳤는데 2007년 5번째 앨범 '메모리 레인(Memory Lane)'을 발표하면서 국내 활동을 선언했을 때 프랑스 언론들이 '나윤선을 돌려달라'고 할 정도로 프랑스에서 그의 입지는 탄탄하다.

나씨는 "프랑스는 문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국 아티스트 외에도 저같은 외국인 예술가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발달해 있다"며 "프랑스 음악가와 해외공연을 할 때면 비행기표를 끊어주고 현지 공연장을 잡아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즈는 미국이 발생지이지만 프랑스는 '프랑스식 재즈'로 발전시켜 자신의 문화로 껴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이런 정책이 가능한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전통 덕분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프랑스 재즈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1960~70년대 인종차별을 피해 미국에서 넘어온 세계적인 흑인 재즈 아티스트들을 프랑스 사회가 감쌌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씨는 한류(韓流)가 확대되기 위해서 프랑스의 문화정책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동남아 국가로 공연을 갔었는데 그곳 사람들이 원더걸스의 춤을 추고 이영애 결혼 사실을 확인하는 등 한류 붐이 엄청났다"며 "한국 사회 특유의 순혈주의가 사라지고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한국 문화가 세계로 더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씨가 지난 4월 국내 음악가로는 최초로 세계적인 재즈 기획사 ACT에서 발매한 앨범 '브와이야주(Voyage)'는 유럽 재즈 차트 정상권에 올랐고,저명한 재즈전문지 '재즈맨'의 평점에서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는 "유럽에서는 한국인 재즈 가수라는 메리트가 아직 존재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비틀즈 음악처럼 오래도록 늙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는 다음 달 20일부터 27일까지 부산,전주 등 6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갖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