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00여개 전통(재래)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이 20일 첫 발행됐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전통시장 상품권은 유통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날 수원 지동시장 입구에서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발행 기념식'을 가졌다. 온누리 상품권은 불황 속에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상품권은 5000원권 · 1만원권 2종으로 올해 100억원어치가 발행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새마을금고에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전국 606개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상인들은 새마을금고 각 지점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상품권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전국상인연합회와 전통시장들은 상품권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주차장 할인권 · 상품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공공기관은 시상금품의 50% 이상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사용토록 하는 등 공공기관의 수요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우선 상반기 평가 우수자에 대한 시상품으로 700만원어치 상품권을 이날 구입했으며,SKC와 수자원공사는 이날 상품권 구매 약정식을 체결했다.

전통시장 상품권은 1999년 처음 발행돼 전국 659개 시장에서 83종이 쓰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총 발행액은 3149억원에 달하며,이 중 244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그러나 144개 지자체와 9개 광역시가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고 사용처가 해당 지자체 · 광역 단체,특정 시장 등으로 한정돼 불편한 점이 많았다.

정부가 전국상인연합회 등과 손잡고 의욕적으로 '온누리 상품권'을 내놨으나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맹 시장 수가 적은 데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온누리 상품권' 가맹 시장은 606곳에 그쳐 전국 전통시장(1550개)의 40%에 못미친다. 서울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도 등록하지 않았다. 남대문 상가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최모씨(50)는 20일 "오늘부터 유통되는 상품권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전통시장 소비자가 대부분 어르신인데 언제 새마을금고까지 가서 상품권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가맹점으로 가입한 일부 상인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발산동 송화골목시장에서 생성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9 · 여)는 "상품권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상품권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온누리 상품권'에 대해 냉랭했다. 서울 발산동에 거주하는 신모씨(45 · 여)는 "할인도 안 되고 현금과 똑같다면 굳이 상품권을 사서 쓸 필요가 있겠느냐"며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선물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타냈다. 우림시장에서 옥수수와 호떡을 파는 전모씨(54)는 "통합 상품권이 생기면 전체적인 재래시장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