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기에는 작고 싼 것이 잘 팔린다. 지난해부터 부쩍 얇아진 지갑 사정으로 소비자들이 '미니'(Mini)에 꽂힌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다섯집 가운데 한집꼴(20.1%)로 싱글족인 현실은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것들을 작게 만들어가고 있다.

◆ 990원짜리 상품 대폭 확대

신세계 이마트는 '990원짜리' 상품을 대폭 늘렸다고 8일 밝혔다. 이마트는 오는 13일까지 '가계 응원 990원' 행사를 열고 전국 122개 점포에서 생활·주방용품과 문구·가정용품, 신선·가공식품 등 300여 품목을 990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지난 3월 내놓은 '990원 야채' 상품이 두 달만에 430만개나 팔리자 또다시 '990 마케팅'을 준비한 것이다.

편의점 업체 바이더웨이는 오픈마켓 G마켓과 제휴해 '천원의 행복'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00원으로 살 것이 많지 않은 가운데 1000원 미만의 저가 과자류가 편의점에서는 유독 잘 팔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바이더웨이가 3월부터 단독 판매하고 있는 500원짜리 소포장 감자칩(포카칩 2종, 스윙칩 2종) 매출이 판매 시작 40일 만에 5만개나 팔렸다. 바이더웨이는 7일부터 '백원들의 행복'이라는 초저가 마케팅도 진행, 400원짜리 과자, 100~300원짜리 초콜릿·사탕을 전국 1350여 매장에서 판매한다.

◆식품도 더 작게, 더 싸게 '미니열풍'

CJ제일제당은 용량과 가격을 줄인 실속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식품시장에 '미니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CJ의 불황기 판매전략은 '필요한 만큼만 사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때문에 제품의 단위구매가 낮은 싱글족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CJ가 생산하는 캔햄 '스팸'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캔햄은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묶음 판매 돼왔으나, 최근에는 제품의 용량을 340g, 240g, 80g으로 대폭 줄인 '스팸 싱글' 시리즈가 탄생했다. 가격도 1500원(할인점 기준)으로 낮아졌다. 기존 용량은 소가족이나 싱글족이 한 번에 먹기에 너무 많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햇반'의 사이즈도 줄였다. CJ는 '작은 두공기 햇반'을 출시, 한 제품이지만 두 개로 따로 포장돼 있어 알맞은 양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 기존의 '햇반'(210g)은 1780원, '작은 두공기 햇반'(130gΧ2)은 1750원이다. 두 끼를 먹으면서 가격은 더 저렴한 셈이다. CJ는 "지난해 햇반의 매출은 20억원 정도였는데 최근 미니 사이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매월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올해 매출이 20% 이상 신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제품의 경우에는 실속구매 트렌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CJ는 지난 2006년부터 소포장 단량의 'CJ 모닝두부'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두부는 420g인데 비해 이 제품은 180g이다. 싱글족 증가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식사 대용식 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꼭 '필요한'만큼만 '생식'하는 제품의 특성 때문에 2007년 월 3억원의 매출이 2008년 월 6~7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CJ는 아예 싱글족을 겨냥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CJ프레시안 DIY시리즈'가 그것이다. 개별 식품을 종류별로 조합한 것이 특징이다. '면소스+면사리', '밥+소스' 등 종류별로 섞어 먹을 수 있는 요리조합이 50여개나 된다. 전제품이 1~2인분 분량으로 낱개 포장돼 있어 실속구매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게 CJ의 설명이다. 싱글족의 한 끼 식사와 어린이들의 간식용으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40억 매출을 올렸다. CJ는 올해 70%의 매출 신장을 예상하고 'DIY 시리즈'의 올해 매출 목표를 70억원으로 잡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실속 소비행태가 늘고 있다"며 "당분간 실속구매 형태의 소포장, 싱글족 제품들의 신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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