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은 온통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쏠리고 있다. 돈을 빌려서라도 주식이나 아파트를 사야 하는 걸까. 외환위기 때 찾아온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반드시 대박을 터뜨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미 열차가 떠나간 것 아니냐며 초조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레버리지 투자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최근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적지 않고 상업용 부동산은 잘못 투자했다가 임대도 나가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금리가 낮다고 판단해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나중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영국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은 "바닥에서 투자 타이밍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발목이나 무릎에 사서 어느 정도 수익을 얻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도 "금리가 낮다고 말하지만 CD금리가 낮은 것이지 실제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가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다"며 "연 3~4%의 가산금리가 붙어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CD금리가 급등할 경우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금리 리스크와 투자 리스크를 동시에 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대출받은 사람들의 경우 채무 상환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난해 가산금리가 1%대였을 때 대출받은 사람들은 돈을 당장 갚을 필요가 없다. 목돈이 생긴다고 해서 채무를 무조건 상환하게 되면 나중에 투자 기회가 생길 때 돈이 없어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금 중간정산 등을 통해 목돈이 생기더라도 일부만 채무상환에 쓰고,일부는 투자를 계속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오 팀장은 "예를 들어 대출 이자를 월 급여의 20~30% 범위 내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빚을 다 털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연 5~6% 금리의 1억원 대출은 큰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팀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수준인 4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며 "금융비용이 수입의 50%가 넘는 수준이라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대출을 끼고 투자한다면 원금손실 우려가 크지 않은 주가연계증권(ELS)등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목표 수익률이 20~25% 정도면 작은 리스크로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금여력과 정보력이 많지 않은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이용해 너무 많은 욕심을 낼 경우 타이밍을 잘 잡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지만 잘못 잡으면 크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