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은 정말 신비로운 생명체예요. 얼마나 오래 물에 불리느냐,응고제를 어느 정도 넣느냐,얼마나 오래 끓이느냐에 따라 성질이 완전히 바뀌거든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두부를 개발하기 위해 앞으로도 한동안 콩 공부에 매달릴 작정입니다. "조현진 대표의 장남인 조일준 우천식품 대리(29)는 영락없는 '두부집 장손'이었다. 1층을 두부공장으로 운영하던 3층짜리 월곡동 집에서 태어나 평생 '콩 비린내'를 맡으며 자라더니 단 한순간의 '외도'도 없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군 가업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온 뒤에도 그의 머리 속은 콩 생각으로 가득하다. 주변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콩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한 뒤 여태껏 맛보지 못했던 우천식품만의 두부와 유부,콩물을 만드는 게 조 대리의 꿈이다.

조 대리가 우천식품에 합류한 시점은 2007년 6월.일본 이시카와현에 있는 고마츠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직후였다. 조 대리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부터 '나의 평생 직장은 우천식품'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꿈꿔 본 적도 없다"며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것도 '두부 강국'의 노하우를 직접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천식품에 입사하면서 조 대리가 받은 직책은 평사원이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예약된 오너 일가의 장손인 데다 방학 때마다 공장으로 출근해 두부와 유부 제조 과정을 익힌 '준 경력사원'이었지만 특별 대우는 없었다. "밑바닥부터 착실히 배워야 훗날 빈틈없는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조 사장의 지론 때문이었다.

조 사장은 "'1대가 창업하고 2대가 가업을 키우면 3대는 회사 문을 닫는다'는 독일 속담은 대물림을 거듭할수록 오너의 마음가짐이 느슨해져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며 "아들에게 특별 대우 대신 청소 등 기본 업무부터 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정하지 않은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만도 하지만,아들은 "특별 대우해 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제가 바라던 것"이라고 밝혔다.

"뼛속까지 '우천식품 사람'이 되려면 청소하는 법부터 새로 배우는 게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업무라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훗날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잖아요. CEO가 업무도 모른 채 무작정 지시만 내리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