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탁 전 쌍용자동차 사장이 상하이자동차에서 파견된 중국인 임원들이 곧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최 전 사장의 발언은 쌍용차 회생 과정에서 대주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상하이차의 입장 표명과 상반된 것이다. 상하이차는 지난 10일 공시를 내 "쌍용차에 대해 18억위안(약 3600억원)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법정관리 과정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쌍용차 위기 타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정관리 작년 11월부터 준비

9일 법정관리 신청 직후 사임한 최 전 사장은 10일 쌍용차 노조 등과 접촉,"상하이차가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며 "중국인 임원들도 조만간 상하이차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쌍용차에 근무 중인 중국인 임원은 란칭쑹 수석부사장과 위충건 부사장,장청 상무,장바오신 상무 등 7명이다. 그는 "상하이차에 파견돼 있는 수십명의 쌍용차 연구 · 개발 인력도 조만간 국내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차는 작년 11월부터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준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작년 10~11월 쌍용차의 현금 유동성이 급속히 악화됐지만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은행권 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때 상하이차가 마련한 비상경영 전략 중 1월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 전 사장은 이런 사실을 사전에 인지,상하이차에 수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 전 사장이 작년 말부터 여러차례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상하이차에서 만류했다"고 전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을 철저하게 숨겼다. 이효익 성균관대 교수 등 사외이사들에게도 이사회 직전까지 안건을 통보하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이사회 직후 국내에 대기하고 있던 쌍용차 임원들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 및 재산보전처분,포괄적 금지명령 등을 위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채권단,"최장 1개월 버틸 수 있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쌍용차가 자체 유동성으로 버틸 수 있는 시한을 다음 달 초로 보고 그 이후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파악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쌍용차 운영자금을 긴급 점검한 결과 380억원의 예금과 판매대금 회수 등으로 2월 초까지는 자체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다만 다음 주부터 생산량이 감소하면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르면 12일 쌍용차에 대한 재산보전처분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다음 달 초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산은은 일단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지면 채권 및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부도 등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와 상하이차의 거친 책임 공방

쌍용차 노조와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파국이 초래된 책임을 놓고 서로 떠넘기고 있다. 노조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2004년 10월 직후부터 기술 반출에만 집중해 왔다고 비난했다.

상하이차는 2005년 쌍용차의 설계도면 4~5개를 한꺼번에 빼내려다 당시 경영진의 반대에 부닥치자 소진관 전 대표이사 등을 경질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수 후 모든 신차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설계도면을 CD에 담아 빼가는 데만 열중했다"며 "핵심 개발인력도 상하이에 상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하이차가 매년 3000억원씩 4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쌍용차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신형 모델을 올해부터 중국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전했다. 뉴 카이런과 체어맨W,C200(프로젝트명) 등이다. 검찰은 국책사업인 디젤 하이브리드 연구기술을 상하이차가 빼돌렸다는 혐의를 잡고 최근까지 수사를 벌였으며,이달 말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상하이차 측은 "감원 등 특단의 구조조정없는 자금 투입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며 "자금 지원에 앞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타협이 필요했지만 강성 노조 때문에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