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상장이 안 된 삼성SDS 주식 300주(2000만원어치)를 보유한 개인투자자 이만종씨(가명.37).이 회사에 다니는 대학 선배의 권유로 1년 전 장외거래 사이트에서 이 주식을 샀다.

실적도 좋고 상장되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선배의 말에 신뢰가 갔기 때문이다.

직접 주식투자도 하고 있는 그는 작년 10월 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급락하는 기간 장외주식 투자의 위력을 유감없이 실감했다.

어차피 상장 후에 팔 심산으로 꾸준히 보유키로 한 것이었지만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지난 17일까지 23.8%나 급락한 상황에서도 삼성SDS는 9.1%나 올랐다.

최근 주식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데다 올해 공모금액만 1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기업들이 상장 공모에 잇따라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정보가 제한되고 투자 종목 선별에 어려움은 있으나 좋은 종목을 잡을 경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하락장에서 더욱 빛난 장외주식

30일 장외거래업체인 프리스닥에 따르면 자본금 100억원 이상 거래상위 20개 종목 중 18개가 지난해 10월3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냈다.

LG CNS도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가가 오른 셈이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오세미테크는 이 기간 8350원에서 1만300원으로 23.4%나 올라 지수 대비 47.2%포인트 초과 수익을 거뒀다.

동양생명도 지난 설 연휴 직후 IPO(기업공개)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같은 기간 14.8% 올랐다.

보광훼미리마트 삼성네트웍스 삼성SDS 금호생명 미래에셋생명 등도 지수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탔다.

자본금 100억원 미만의 기업들도 선전했다.


거래상위 20개 종목 중에서도 단 2개를 제외한 18개가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냈다.

자본금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100억원 미만인 경우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기업은 개별 기업의 호.악재나 상장 가능성의 노출 정도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장외 주식 돋보이는 이유는

우선 올 대기업 계열사들의 잇단 상장으로 상장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이다.

지난주엔 SK C&C가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한 데 이어 LG파워콤의 연내 상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롯데그룹의 롯데건설,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건설 등도 IPO를 준비 중이다.

위아나 LG이노텍 STX엔파코 금호렌트카 진로 금호생명 동양생명 등도 연내 상장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상장을 목적으로 외부감사인 지정을 받은 곳만 192개에 이른다.

이승렬 상장회사협의회 기획팀장은 "올해만 50개 가까운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비상장'이라는 할인 요인으로 인해 주가가 적정 가치보다 크게 낮은 점도 주가가 견조했던 이유다.

이미 상장된 같은 업종 기업보다 30~40%씩 주가가 낮은 편이어서 더 빠질 게 없다는 얘기다.

바로 워런 버핏이 얘기하는 '안전 마진'이 확보된 주식이라는 설명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장외 주식 투자는 상장 이후를 노려 길게 보고 들어간 것이어서 증시 동향에 따라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특히 상장 기대감이 살아있고 기업 자체 펀더멘털이나 재무구조가 우수한 기업들은 싸게 팔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잘 알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