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민 감독의 '사랑을 놓치다'는 가슴 쓰린 사랑 이야기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실패한 사랑의 경험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울림을 낳았다.

대학시절 친구인 연수(송윤아)와 우재(설경구)가 10년 만에 다시 만난다.

그들은 과거 사랑했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재회한 연인들은 교외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신세대의 풍속도라기보다는 386세대의 그것 같다.

어쨌든 강촌유원지에서 촬영된 데이트 장면에서 두 주인공은 공 던지기 게임을 한다.

이 게임의 규칙은 공을 던져 쌓아놓은 나무토막을 맞혀 쓰러뜨리면 커다란 인형을 주는 것이다.

우재는 연수에게 인형을 선물하고 싶어 도전한다.

여자는 겉으로는 그냥 가자고 하지만 내심 인형이 탐나는 눈치다.

이 게임은 유원지마다 룰과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대개 2000원에 공을 다섯 번 던지게 된다.

많이 맞힐수록 경품도 비싼 것으로 승격된다.

그러나 이 게임의 승자는 대부분 주인이다.

일반인은 하나도 맞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왕년의 던지기 선수들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유사한 게임 장면이 할리우드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즈'에도 등장한다.

브래트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극중 킬러 부부로 등장해 어느 축제에 놀러간다.

사격게임에 임한 두 사람은 서로 킬러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서투르게 시작한다.

그러나 졸리는 잠시 후 뛰어난 사격 솜씨를 드러내고 만다.

결국 사격 게임장의 주인은 경품이 떨어져 문을 닫는다.

추억의 유원지 게임장은 강촌유원지 외에도 남이섬 안양 용인 양수리 등지에 많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연인들이 주 소비층이다.

연인들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도전한다.

순전히 기분을 내기 위해서다.

2000원을 내고 그 이상의 기분을 냈다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