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 신용불량자의 대출 원리금을 깎아주라고 강요해도 되는 겁니까? "(금융회사 임원) '참여정부' 6개월을 점검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열린 지난 25일 오후.연체액이 1천만원 미만인 소액 신용불량자 81만명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는 뉴스가 나오자 금융계에서는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신용불량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빚을 갚는 게 최선'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원칙은 오간 데 없이 무작정 '소액 신용불량자는 구제받을 수 있다'는 애드벌룬만 띄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하루 뒤 만난 정책 당국자들은 그러나 대부분 "신용불량자 대책이 과대포장돼 나왔다"며 난감해했다. 한 금융당국자는 "신용불량자의 자기 책임을 재확인하면서 지금까지 시행해온 대책을 정리한 수준일 뿐 새로운 것은 거의 없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사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1개 금융회사가 등록한 신용불량자 1백4만명,특히 이가운데 1천만원 미만 소액 채무자 81만명에 대해 '채무상환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경우' 조속히 신용회복이 이뤄지도록 개별 금융회사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용불량자 등록·관리제 폐지를 정부가 공식 검토할 것이라는 발표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대책의 전부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이미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독려'여지가 별로 없는 자체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뒤집으면 정부의 이번 대책이 '다 차려진 상에 반찬 한 두가지를 더 얹는 것'일 뿐 획기적으로 신용불량자 수를 줄일 만한 대책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으로 마치 81만명의 1천만원 미만 신용불량자가 곧 구제되는 것처럼 전달됐다. 한술 더 떠 재경부 한쪽에서는 "1백만명 이상의 신용불량자를 줄일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6개월 성적표가 아무리 기대에 못미쳐도 그렇지… 부풀려진 정책에는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인 데 뒷수습은 누가 합니까."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었을까. 정부가 이번 보도와 관련,반론 보도나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김수언 경제부 정책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