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진화하면서 발전한다. 외부 환경이 바뀌어도 잘 적응하는 적자(適者)만이 살아남는다. 주5일근무제라는 새 변수 아래서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28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우리나라에서도 주5일 시대가 열린다. 노동계가 주5일법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실시되면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사실 기업들이다. 기준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면 40시간을 넘어서는 초과 근무의 시간급은 1.25배(44시간 초과는 1.5배)로 늘어난다. 인건비가 늘어나는데도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불경기다 보니 까딱하면 적자를 보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주5일 시대를 맞는 기업들의 경영 과제는 여건이 훨씬 나빠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원가를 최소화하면서도 더 나은,최소한 예전과 같은 수준의 제품,상품,서비스를 만드느냐의 문제라고 요약할 수 있다. 당장은 어떻게 하면 주5일제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느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쉽잖은 일이지만 방법이 있다. 인적 자원의 구성을 다양화하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5일제 혜택을 받게 된 기존 근로자 외에 정규 근무 외 시간에만 일할 사람을 따로 뽑아 운영하는 것이다. 휴일 없이 연중 돌려야 하는 공장이라면 '주말근로자(weekend worker)'를 따로 채용하면 된다. 밤늦게까지 매장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한 사업장에서는 '야간근로자(moonlight worker:달빛근로자)'를 둘 수 있다. 주말근로자나 야간근로자들에게는 별도 수당 없이 시간급만 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회사는 다양하고 유연한 인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주5일제 도입 이전에 비해 총인건비를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지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이미 몇몇 회사들이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더 이상 원가를 낮출 방법이 없을 때가 오면 많은 기업들이 별 수 없이 이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물론 있다. 중앙 노동계와 해당 사업장 노동조합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주5일제 논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노동계도 반대할 논리가 많지 않다. 지난 98년 노사정 대타협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처음 논의됐을 때 노동계가 내세운 명분은 '고용 창출'이었다. 경기가 좋아져 주5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 2000년 5월 이후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강조해 왔다. 주말근로제 야간근로제는 지금으로선 거의 유일한 고용창출 방안이다. 특히 공식적으로 7.5%,체감하기로는 30% 가까운 청년실업률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오정(45세 정년)'의 유탄을 맞은 조기퇴직자를 구제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삶의 질' 향상과도 직결돼 있다. 주간근로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만 일할 뿐 초과근무나 휴일근무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주말·야간근로자들을 뽑으면 품질이 저하된다는 노동계의 지적도 호소력이 적다. 이들을 별도로 뽑아 훈련시키면 중장기적으로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도 최근 직장을 그만둔 전직사원들을 재고용하면 된다. 비정규직을 늘리는 조치라고 반대하겠지만 주말·야간근로자도 정규직 파트타이머로 고용할 수 있다. 거기다 주말 혹은 야간에만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신규고용을 창출하며 결국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이런 방안이 과연 얼마나 빨리 실현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