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두 개발 정책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해양수산부가 무인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 조성 계획을 뒤늦게 재검토하겠다고 나서 혼란을 주는가 하면 경쟁항과의 화물유치 경쟁에도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렇게 나가단 '동북아 허브 도약'이라는 국가적 목표는 물거품이 될 것"(이정수 국제해양수산물류연구소 사무국장)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광양항 3-2단계 무인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 구축 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을 사업자로 내세워 오는 2008년까지 7천8백47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지난 2001년 터미널의 상하부 설계사업에 들어갔으나 최근 갑자기 계획을 재검토키로 방침을 바꿨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광양항의 물동량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다 투자 대비 수익성에도 의문이 생겨 연말까지 재검토,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 구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항 자동화터미널의 수익성과 안전성 등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 왔으나 해양수산부는 항만의 기동력을 높이고 인력 중심 하역체제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꿔 최첨단 항만을 만든다는 이유로 자동화 도입을 결정했었다. 이에 대해 항만 전문가들은 "해양수산부가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의 설치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까닭에 생긴 일"이라며 "8천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넣는 국가사업을 이처럼 허술하게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사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의 자동화 터미널 재검토로 8월중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통합정보시스템은 두달 이상 연기가 불가피하고 현재 추진중인 토목 상하부설계도 작성도 해양수산부의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선사의 화물 유치경쟁에 대한 항만당국의 대책은 더 문제다. 최근 들어 부산항을 이탈하는 대형 외국선사들이 줄을 잇고 있으나 항만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차이나쉬핑, 스위스의 MSC라인, 다국적기업인 P&O네들로이드의 선박들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기항지를 옮겨가거나 대형선박을 투입, 환적 물량이 줄어드는 등 부산항 개항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항만의 대대적인 개발, 일본의 외국선사에 대한 하역비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지면서 화물 처리속도가 느린 부산항을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고부가가치 화물인 환적화물은 일부 선사의 경우 20%이상 줄고 있는 형편이다. 한 외국선사의 한국대리점 관계자는 "외국선사들이 부산항을 떠나가고 있는데도 한국의 항만 당국은 외국선사들의 영업전략과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역업체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의 준비소홀로 부산항은 동북아 허브 항만 자리를 놓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국 등 경쟁항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2류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