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빳빳이 다려진 셔츠를 잊어도 될 것 같다. 옷이 조금 구겨져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어졌다. '구겨진 옷'이 최신 유행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빈티지룩(낡거나 닳은 느낌의 옷차림)'이 패션계를 풍미하더니 급기야는 아예 구김이 간 옷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셔츠 남방 블라우스는 물론 점퍼 바지 치마에서도 조글조글 주름을 잡거나 구김을 준 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캐주얼에서는 클라이드와 쿨하스가 대표적이다. 타임 데코 아이잗바바 등 정장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캐주얼의 경우 전체 물량의 70%가 목 둘레나 소매 밑단을 박음선 없이 가위로 잘라 올을 풀어놓은 '컷소우(cut-sew)' 스타일이 차지할 정도다. 캐주얼 브랜드 클라이드에서는 구겨진 셔츠가 올 봄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 홍보실 이인향씨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면 단색의 솔리드 옥스퍼드 셔츠를 고르고,로맨틱한 느낌을 즐기려면 꽃무늬 셔츠를 입으라"고 권한다. 패션계에서는 구겨진 옷의 열풍이 최근의 불황과 맞물려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경기가 위축될수록 이른바 '거지 패션'으로 불리는 빈티지룩이나 그런지룩이 부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호황기에 '부티나는 패션'이 유행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구겨지거나 찢어진 옷은 빈티지룩 또는 그런지룩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