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회에서도 이공계 출신들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기술직을 중심으로 한 이공계 출신 공무원들은 건설교통부환경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농림부 등 기술 관련 부처에 주로 배치돼 정책집행에 앞장서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3개 주요 중앙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중 이공계 출신인 기술직 공무원의 비율은 약 25%에 이른다. 기관별 기술직(이공계 출신기준) 비율로는 기상청이 전체의 92.8%로 1위에 올랐다. 농촌진흥청(89.5%) 식품의약품안전청(84.7%) 산림청(83%) 보건복지부(79.5%) 등도 기술직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 농림부 환경부 등도 기술직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공계 출신,어떤 사람들이 활약하나=현직 장관 19명중에는 채영복 과학기술부(서울대 화학) 이상철 정보통신부(서울대 전기공학) 김명자 환경부(서울대 화학) 김호식 해양수산부(서울대 금속공학) 장관 등 4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직업 공무원들이 목표로 삼고있는 중앙부처 차관급 가운데에는 5명의 이공계 출신이 뛰고있다. 이승구 과학기술부 차관은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7급 공무원으로 출발, 지난해 7월 차관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년동안과학기술 행정에만 전념해온 전문 과학기술 관료다. 주로 원자력 분야에서 일해왔고 "황소"란 별명에 걸맞게 뚝심있는추진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농림부 안종운 차관과 농촌진흥청 정무남 청장은 서울대 농학과 출신이다. 안 차관은 지난 75년 행정고시 17회로공직과 인연을 맺은 이후 줄곧 농정에 몸 담아 왔다.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과장과 대통령정책비서관 등을 거치면서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어촌발전종합대책 등을 마련했다. 정 청장은 대학 졸업 후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다 기술고시에 합격,농업연구관으로 농진청에 다시 부임했다. 연구관리과장 농업경영관 작물시험장장 농업과학기술원장 등을 거쳤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농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학래 철도청장은 조선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옛 건설부에서 7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건교부 건축기획관, 고속철도건설기획단장, 광역교통기획단장 등을 지낸 후 2001년 4월 철도청장에 올랐다. 일산.분당 신도시 건설사업때 주무과장을 맡았다. 이영순 식약청장은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으로 도쿄대에서 수의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수의학자다. 서울대 수의대학장을 지냈고 지난해 3월 식약청장에 발탁됐다. 이공계 출신 더 늘려야=공무원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의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을 기술강국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지식을 갖춘 이공계 출신 공무원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술직의 경우 직위가 올라갈수록 승진의 문이 좁은 게 현실이다. 중앙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5급(사무관) 공무원중 기술직 비율은 31%를 차지하고 있지만 4급(서기관) 29.1%,3급 24%,2급 18.2%,1급 9.7%로올라갈수록 낮아진다. 이는 행정직에 비해 기술직 정원이 훨씬 못미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중앙 행정기관 과장급(4급)의 경우 행정직과 기술직 정원은 각각 1천7백60명과 5백74명이다. 행정직 3명에 기술직 1명 꼴이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기술직의 보직은 더욱 더 줄어든다. 국장급(2.3급) 이상의 경우 행정직 정원은 4백40명인 반면 기술직은 55명에불과하다. 행정직과 기술직 비율이 무려 8대 1로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행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기술직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기술고시의 경우 지난 63년 이래 지난해까지 38회에 걸쳐 모두 1천5백11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주요 부처에서과학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행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고시에 비해 숫자가 약 4분의 1수준이어서 앞으로 정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고등고시에 해당하는 공무원 1종시험 정원의 경우 기술계가 사무계를 앞지르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