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해안(웨스트 코스트) 29개 항만 마비사태가 2주째로 접어들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항만 사용자측인 태평양해운협회(PMA)와 1만500여명의 부두 노동자를 대표하는국제연안창고노조(ILWU)는 6일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흘째 임금.단체협약 갱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ILWU측은 "협상이 연방 정부 중재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해결책 모색을 위해 금주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협상 관계자들은 협상 진전 여부에 대해 언급하길 거절한 채 "(협상이) 고무적이고 낙관적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연방조정화해기관(FMCS)의 피터 허크겐 국장은 양측 이견이 "원칙에 관한 것들로 풀기가 매우 어렵다. 이보 전진하고 일보 후퇴하고 있다"고 말해 협상이난항임을 시사했다. 노사는 연금을 포함한 복지혜택과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인력감축안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서부 항만 노사 분규가 조속히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번주부터 미 경제에 약 20억달러의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했다. 노측의 `불법' 태업에 맞서 지난달 29일 시작된 사측의 직장폐쇄로 포도.사과.아몬드.오렌지, 육류 등 수백만달러어치가 하역이 안돼 썩을 위험에 직면하고 있으며 미 서부지역 최대 자동차공장인 도요타-제너럴 모터스(GM) 공장은 일본산 부품부족으로 생산을 줄이고 근로자를 해고했다. 영국의 BBC 인터넷판은 경제전문 기자들의 말을 인용, 분규가 한달간 계속될 경우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몇몇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기침체 속으로 후퇴할 것으로진단했다. BBC 방송은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과 같은 수출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항만 폐쇄가 아시아의 수출 위주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6일 노사 분규가 경제를 해치고 있다면서노사가 문제들을 해결하고 일터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대변인이 전했다. 자동차 및 하이테크 업체 등으로부터 조속한 사태 해결 압박을 받고 있는 부시대통령은 80일간의 냉각기간 선언을 통해 강제로 일터에 복귀하도록 하는 `태프트-하틀리 법'의 발동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부담을 지면서까지 이 법을 발동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PMA는 지난 4일 미 본토산 수입물 의존도가 매우 높은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대한 긴급 선적을 재개하는데 동의, 내부 단결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