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19일 이끌어낸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노사간에 협력적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참여는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번 합의안이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지난해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차 노사도 이번에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절차를 거치도록 했다는 점에서 회사측의 경영권에 일정부분 제동이 걸린 것만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당사자인 기아차 노사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경영참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회사측은 이번 합의가 노조의 경영참여를 공식화시킨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최소한 노조가 회사측의 구조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은 수긍하고 있다. 합의안이 노조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측도 이번 잠정합의안은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부분에 대해서만 안정을 강화한다는 것이지,우리가 회사 경영에 적극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사의 이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안은 경영참여를 둘러싼 재계 노동계 학계의 오랜 논란에 불을 댕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전경련은 기아차 노사간의 합의안이 다른 사업장에서 '모범답안'처럼 쓰일까 우려하는 표정이다. 경총 관계자도 "국내 노사관계에 영향력이 큰 기아차의 단체협약안을 갖고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안이 다른 제조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크게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경기가 불투명하고 환율이 불안하며 연말 대선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 정도의 경영참여는 장기적으로 볼 때 회사측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노총 기획조정본부장은 "이번 합의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낮은 단계의 경영참여에 불과하다"며 "노동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헌신할 수 있게 됨으로써 회사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상반된 시각이 나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영업권까지 노조와 의견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그러나 "미국의 새턴 등 일부 세계적 기업들도 이미 도입한 내용들"이라며 "이런 정도의 경영 참여는 노사관계가 협력적이냐,대립적이냐에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부는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산업계에 영향력이 큰 기아차가 일부 쟁점이 될 수 있는 조항들을 포함해 합의안을 도출한 데 대해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