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연간 1백만대에 달합니다.하지만 수입차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죠.이것은 한국시장 내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수입차 시장이 활성화 돼야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개시할 것입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의 볼프강 글레이저(56)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태지역 마케팅 전략회의 2002" 행사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시장에서 한국시장이 유독 폐쇄적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으로서 한국이 시장개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중국과 일본의 수입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이다. 글레이저 부사장은 "과거에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 상당수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시장공략에 나섰지만 거의 실패했다"면서 "수년간 한국시장을 면밀하게 조사해본 결과 폭스바겐이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현재 수입대행업체인 고진모터임포트를 통해 뉴비틀 파사트 등 자사의 인기차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작년에 국내에서 총 2백70여대를 팔았다. 폭스바겐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지 않는 대신 딜러를 통해 부산 수원 등 서울 이외의 대도시를 집중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글레이저 부사장은 말했다. 지난 63년 폭스바겐에 입사한 후 "외길인생"을 걸어온 글레이저 부사장은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힘든 시장"중의 하나인 한국에서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신장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 판매실적이 전년보다 2백20%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내 판매대수는 주변국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편이다. 폭스바겐은 작년에 중국에서 약 36만대를,일본에서 7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는 특히 연간 70만대 규모인 중국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글레이저 부사장은 중국이 향후 2~3년 안에 한국과 같은 1백만대 시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계 자동차업계에 힘의 집중이 계속되면서 결국 5~6개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폭스바겐은 최종 생존업체중 하나가 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