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목 < 단국대 경상학부 교수 > 요즈음 누구나 한 번쯤은 회사나 관공서에 전화를 걸었다가 기나긴 ARS 응답시스템 때문에 짜증을 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필요없는 내용까지 지루하게 듣도록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번호를 여러 차례 누르게 하고서야 가까스로 필요한 부서나 사람과 연결된다. 이런 경험을 한두 차례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 일단 ARS 음성이 나오면 내용은 듣지도 않고 무조건 ''0''번을 눌러 안내원이 나오길 기다려 보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상냥한 안내원에게 연결돼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루한 ARS 응답서비스에 대해서는 ''염증''을 느끼는 반면 안내원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쁨''을 맛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가치에 대한 인식 혹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만족감의 크기에 있다. 동일한 서비스 결과 (원하는 사람 혹은 부서와 연결)를 얻기 위해 적은 노력을 들인 안내원 서비스에 대해 보다 많은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고객들이 동일한 제품을 값싸게 구매하기 위해 할인판매장을 찾아가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서비스라는 상품이 일반적인 상품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대부분의 경우 상품의 창출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며 상품의 창출과정에 고객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품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결과'' 뿐만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도 상품에 대한 만족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컴퓨터를 사서 쓰는 사용자는 컴퓨터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 조립 프로세스가 어떻게 관리되고 운영되는지를 알 필요가 없다. 컴퓨터 자체가 고장없이 원했던 기능, 즉 결과를 잘 제공해 주면 만족하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판매하는 판매점의 경우는 다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컴퓨터를 제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컴퓨터 구매 프로세스에서 경험하게 되는 판매원의 대응자세와 태도가 신뢰할 수 없다거나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경우 당장 그 판매점을 뛰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서비스 결과와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의 품질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서비스가 제공하는 유.무형의 산물(Output)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친절하게 살 수 있는 판매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판매점을 찾아가기 위해 한나절을 소비해야 한다거나 제품 판매가격이 비싸다면 아마도 그 판매점을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좀 친절하지 않더라도 혹은 컴퓨터 기능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가까이에 있거나 판매가격이 저렴한 판매점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즉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지불하는 노력과 비용도 고객의 만족감을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서비스를 획득하기 위해 고객이 사용해야 하는 비용(Input)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은 바로 서비스가 제공하는 아웃풋과 서비스 획득을 위해 지불하는 인풋에 의해 결정되며 인풋에 대한 아웃풋의 비율이 바로 고객만족감의 수준을 결정하는 서비스 가치의 크기가 된다. 따라서 고객만족감을 증가시키려면 두 가지 접근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아웃풋 요소인 서비스 결과나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인풋 요소인 서비스 가격이나 서비스 획득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접근방식을 결합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아웃풋을 높이고 인풋을 줄인다고 해서 반드시 고객가치 인식이 높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풋을 다소 증가시키더라도 아웃풋을 그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고객이 인식하는 서비스 가치는 증가하게 된다. 이는 수익성 극대화에 중점을 둬야 할 서비스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일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다. 예를 들어 제과점에서 밀가루값이 올랐다고 빵의 크기를 줄여서 판매하는 것은 서비스 결과 (빵)의 크기를 떨어뜨려 서비스 가치만 낮추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는 대신 좀 더 맛있고 신선한 빵을 구워 파는 것(더 많이 증가된 ''결과'')은 오히려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판매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