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18개월 동안 의료구호를 펼치다 지난해말 추방된 독일인 의사 노버트 폴러트젠씨가 지난 25일 미 허드슨연구소 초청으로 워싱턴을 찾아와 미국인들에게 본인이 목격한 북한의 참상을 들려주었다.

그의 강연내용은 이미 다 보도된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세계가 북한의 학정과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있다"고 강조한 점이다.

그 한 예로 "일본 밀입국을 시도했던 김정남을 붙잡아 두고 납치된 일본인들과 교환교섭을 벌이는 것이 옳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폴러트젠 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정남은 대량학살(genocide)을 저지른 김정일의 아들이다. 그런 그를 (외교적)문제가 생길까봐 쉬쉬하며 북한으로 신속히 돌려보내는 것은 자유세계가 취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었다"며 일본정부의 타산적 외교행보에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

"북한의 엘리트들은 매우 영리한(clever) 사람들이다. 우리가 5살짜리처럼 순진하게 놀면 5살짜리로 취급해버리고 노련한 어른 노릇을 하면 어른 대접을 한다.

따라서 북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자유세계가 처음부터 곧은 자세를 취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폴러트젠 박사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자유세계는 제대로 따지려(argue) 들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남한조차 김정일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북의 참상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순진한 의사에 불과한 나에게서 그런 기대를 갖는 것 또한 무리"라고 강조한 폴러트젠 박사는 "그렇기 때문에도 주체사상의 기안자인 황장엽이 미국을 방문해 북한내부의 진실과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요즘 미국은 대(對) 북한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북한 인민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는 폴러트젠 박사와 북한 실세들의 ''내부''세계를 증언할 수 있는 황장엽은 북한의 ''겉과 속''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보완적 정보제공자인지도 모른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