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느 회사든 연구결과를 공개하길 꺼린다.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을까 두려워서다.

그럼에도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은 자체 개발한 기술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업방향"에 <>연구결과의 공개 <>지식경영성과의 공유를 명시해놨다.

경영관리를 전산화해주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를 개발,기업에 구축해주고 있는 이 회사는 기술공개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소프트웨어개발 분야는 서로 베끼기에 급급한데다 남의 기술을 훔치고서도 버젓이 자체개발이라고 우기는 풍토가 만연돼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림원은 하나의 패키지가 개발되면 관련회사 및 수요자들에게 개발과정과 기술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그래도 ERP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간다.

지난해엔 매출 43억원에 순이익 8억5천만원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매출 1백억원에 순이익 25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연 2백%이상의 높은 성장이다.

올들어 이미 4개의 ERP개발업체가 문을 닫은데 이어 20여개 ERP개발기업이 고사직전에 놓인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다른 회사는 기술을 감춰도 망하는데 이 회사는 어떻게 기술을 공개하면서도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까.

이 회사의 독특한 공개기법은 기술을 단순히 공개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까지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영림원은 지난 4월 11일부터 14일까지 직접 개발한 ERP패키지인 "K 시스템"과 회사설비를 24시간 완전 개방한 채 시스템 체험대회를 열었다.

여기엔 슈퍼마이크로시스템 코네스등 20개업체의 ERP개발 담당자들이 참여해 기술을 익혔다.

이 회사는 1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2박3일간 다시 체험대회를 연다.

권영범(47) 사장은 "이렇게 기술을 체험할 수 있게 공개하다보면 첨단기술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수요자가 저절로 찾아오게 된다"고 밝힌다.

공개를 하면 할수록 더욱 경쟁심이 솟아올라 창의적인 연구개발에 힘써서 앞서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덕분에 이 회사는 DPI(대한페인트잉크)와 롯데제과에서 IBM시스템을 대체하는데 성공했으며 KCC정보통신 코리아제록스 정식품 삼천리자전거등이 ERP체제를 갖출 수 있게 해줬다.

자네트시스템 인터링크시스템 현대멀티캡 한국증권전산 성진씨앤씨 등도 이 회사의 ERP를 도입했다.

국내 ERP개발업체들이 종업원 5~10명의 소형화를 추구하는데 비해 이 회사는 현재 종업원 54명에 자본금 11억원으로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도 역발상적인 경영방식이다.

대형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프로세스에 따라 전문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전문화 추구로 인해 "K 시스템"은 패키지 프로그램이지만 주문형 프로그램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만큼 간편하고 세밀한 시스템을 개발,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곧 일본 도쿄에 2억엔을 투자,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심양자동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중국어버전도 내놓는다.

영림원은 이처럼 "금기"를 깨고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02)565-3128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