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거래나 회사내 부서간 협의같은 비공식적인 협상에서는 상대방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협상을 시작해도 곧바로 교착상태에 빠지거나,아예 시작도 해보지 못한채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면협상(shadow negotiation)"은 이런 비공식적인 협상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는데 특히 유용하다.

이면협상은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 대화를 계속 유지해나가기 위한 복잡하고 미묘한 과정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사전정지작업과 비슷한 의미다.

(이면협상은 데보라 콜브 미국 시몬스 경영대학원 교수와 조직 연구기관인 아나그램의 주디스 윌리엄스가 만들어 낸 용어다)

조직의 핵심라인에서 비켜서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영향력이 없다.

경험도 부족하다.

협상 상대방을 제압할 만한 파워도 갖고있지 않다.

협상 상대가 동료인 경우에도 선입견과 비현실적인 기대감,개인적인 감정등이 앞서 왕왕 일을 그르친다.

우리(데보라 콜브와 주디스 윌리엄스)는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이면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있는 몇가지 중요한 기법(또는 전략)을 찾아냈다.

이 기법이 성공적인 협상을1백% 담보하지는 않지만 침묵속의 파워게임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을 진전시키는데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힘의 조치(power move)=상대방이 협상에 응해야 할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힘의 조치가 도움이 된다.

힘의 조치는 협상을 하면 더 나은 상황을 맞게 되고 협상을 하지않으면 나쁜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인식시키는 것을 말한다.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대방에게 협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도 있다.

연구대상중에 카렌 하티그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승진은 했지만 봉급은 올라가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에서 후임자를 정해 주지 않아 두가지 업무를 함께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참다못한 카렌은 헤드헌터에게 새 직장을 구해달라고 의뢰했다.

하티그는 직장을 옮길 수도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상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봉급과 후임자를 정하기위한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하직원을 잃을 수있다는 사실을 상사에게 인식시킨 것이다.


<>과정의 조치(process moves)=의사결정의 역학관계상 협상자의 목소리에 과도한 힘이 실릴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과정의 조치를 통해 협상구도를 재조정할 수 있다.

과정의 조치는 협상에서 실질적인 쟁점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쟁점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제와 협상 예비작업,아이디어 제안 및 발언자 순서 등의 구조적 요소들은 협상 상대방이 요구사항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를 좌우한다.

연구대상중 마르시아 필빈이라는 사람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필빈은 사무공간 배분을 둘러싼 협상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룹의 리더들은 매번 부풀려진 숫자를 사옥관리인에게 건넸다.

필빈은 이런 과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사옥관리인과의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공간을 배분할 것이 아니라 공동의 기구를 만들어 각 부서가 제출한 요구사항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경영진이 이에 동의하고 곧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필빈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해의 조치(appreciative moves)=협상 상대방이 밀린다고 느끼거나 여러가지 오해 때문에 문제의 핵심을 비켜감으로써 협상 자체가 교착된 경우 이해의 조치를 통해 협상상황이나 분위기를 바꿔주면 더욱 우호적인 거래가 가능해지기도 한다.

이해의 조치는 확실하게 신뢰를 구축해주고 양측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이면협상의 역학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을 뿐만 아니라 숨은 희망도 제공해준다.

협상자가 상대방의 관심과 상황 또는 체면을 존중한다는 표시를 보여주면 협상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고 또한 그 방향에 맞는 의견과 아이디어와 감정 쪽으로 바뀔 수 있다.

샘 뉴튼의 새로운 상사는 금융업종에서 전직한 탓에 비즈니스의 실무영역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 일정과 자금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부서회의 때마다 새로운 상사는 뉴튼의 아이디어를 늘 퇴짜놓았다.

뉴튼이 제안 발언을 마치기도 전에 상사는 무조건 거부했다.

낭패감을 느낀 뉴튼은 더 거세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항만 거세질 뿐이었다.

뉴튼은 상사가 자신의 제안을 무턱대고 승인했다가 자칫 자존심이 꺾이지않을까 우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달랑 한가지 아이디어만 내지 않고 여러가지 제안을 추가해 상사에게 최종 선택권이 있음을 주지시켰다.

그 결과 상사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울 필요를 느끼지 않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요약정리=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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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데보라 콜브 미국 시몬스 경영대학원 교수와,조직연구기관인 아나그램의 주디스 윌리엄스가 쓴 논문으로 우종근 한국경제신문 차장이 번역한 전문은 서강하버드비즈니스리뷰 5-6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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