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준으로 보면 이번 미국선거는 웃기지도 않는다.

선거를 시험에 비유하다보면 그렇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선생님이 채점을 하셨으면 그만이지 재(再)채점은 무슨 재채점인가.

미국교사(선거관리규정)들은 너무 관대하고 학생들(유권자)은 너무 버릇없이 자라 자기밖에 모른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시험지 작성요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무조건 낙방이다.

사인펜으로 답안 작성을 하라는 지침을 모르고 연필을 사용하면 빵점을 받는 것이 우리 시스템이다.

수능시험에서 답안지 번호를 하나씩 밀려써 떨어진 예는 얼마든지 있다.

투표용지로 펀치카드를 이용하는 것은 선거관리를 쉽고 공정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학생이 몇명되지 않으면 선생님은 이런 답 저런 답을 다 봐줄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이 수십만명에 이르면 오차없는 규칙과 원칙에 의해 칼로 자르듯 잘라야 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는 구멍이 완전히 뚫린 것과 전혀 뚫리지 않은 것 이외에는 읽지 못한다.

0과 1이라는 숫자밖에는 읽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앨 고어 후보측은 뚫다가만 보조개표, 구멍밥이 한쪽 가장자리만 붙어 있는 것, 또는 두쪽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것 등도 뚫은 것으로 인정해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다시말해 0과 1밖에 읽을줄 모르는 컴퓨터는 바보(?)니까 0.5 또는 0.7이라는 중간숫자들도 읽을줄 아는 사람이 다시 읽어야 한다는 논리나 같다.

우리 같았으면 뺨따귀 맞고 정신차리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 뻔하다.

물론 우리에게도 재채점의 경험은 있다.

60년대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엿을 만드는 재료의 정답은 디아스타제였는데 ''무즙으로도 엿을 만들수 있다''며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다가 교문에 붙여 놓고 거세게 항의하자 무즙도 정답으로 간주해 준 적이 있다.

우리의 사고가 상대적으로 너무 획일적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여유와 진지함이 부러울때도 많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우리의 사고가 훨씬 명쾌하다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