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벽(65) 조선협회장은 한국조선 산업사의 산 증인이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지난 62년 대한조선공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현재 현대중공업 회장에 이르기까지 40여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팠다.

이미 원로급에 접어든 연륜이지만 세계 조선산업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주요 배경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국내업계가 피땀 흘려 노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속하면서도 기술 생산성 품질 납기 애프터서비스(A/S) 등 비가격 경쟁요소 면에서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해운산업이나 전자상거래 등 유관업종의 중장기 전망은 어떻습니까.

"조선산업의 전방산업이라 할 수 있는 해운산업은 현재 유류 및 건화물선 부문 모두에서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자상거래도 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해동물동량 증대에 기여할 것입니다"

-당장은 호황기지만 중장기적으로 불황기에 대비한 경영전략도 필요한 것 같은데요.

"불황기에 대비한 경영전략은 일반 범용화물선 부문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한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스운반선, 해양개발 관련 선박 등 고부가가치선의 건조비중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R&D 투자,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및 비가격 경쟁요인들의 개선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등 경쟁국들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유럽과 일본의 업체들은 상당기간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구조조정이 완결되는대로 다시 우리나라와 자웅을 겨룰 것이 분명합니다.

중국 폴란드 등 신흥 조선국가들도 설비증설과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정보통신기술(IT)이 급속히 도입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앞으로 e비즈니스와 디지털경영이 생산성 향상, 경비절감, 기업이미지 등과 같은 경영활동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가 공동으로 e비즈니스 기반 확충을 위한 시범사업 및 공동구매 등을 위한 e마켓플레이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IT 선박의 품질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과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는 후발 조선국가와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야 합니다"

-e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선업계 공동으로 협력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산업 내에서는 조선소 협력업체(조선기자재업체) 선급협회 선주간의 설계정보 및 부품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설계정보 공유체계의 확립과 설계정보 교환방법 표준화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