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역 부근 성로원 아기집.

3세 미만의 고아 70여명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벽에 사진이 붙어 있다.

눈꽃이 핀 록키산맥 스키장에서 멋진 포즈로 찍은 모습,잔디밭에서 즐겁게 뛰노는 모습들.

해외 입양된 "졸업생"들이 보내온 사진들이다.

예닐곱개에 이르는 방에는 "어린 천사"들이 놀고 있다.

이들의 부모 노릇을 하고 있는 김은아 이선미 이효숙 씨.

아이들과 함께 미끄럼타고 마루바닥에서 뒹군다.

쉽지 않은 일이다.

코가 묻고 밥풀이 붙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흘린다.

이들은 더바디샵의 한국지사 직원들.

영국에 본사를 둔 화장품과 바디용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번 돈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준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일과시간중 번갈아가며 고아원을 찾는다는 점.

유아교육업체 한솔교육 직원들도 자주 들른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 대여섯명이 와서 빨래와 설겆이를 하고 목욕도 시켜준다.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을 껴안아주는 것.

사랑으로 감싸줘야 바르게 자랄 수 있기 때문.

LG정유 여직원회도 단골이다.

중학교 여교사 김정수 씨는 여름방학중 상당기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고아원을 찾는 사람들은 교회나 성당에서 온 경우가 많다.

요즘은 중소기업 임직원이나 동호인회의 방문도 점차 늘고 있다.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고아원을 나서기 위해 현관에 내려서면 커다란 액자에 씌여진 글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 생명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