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 제일기획 마케팅硏 소장 >

우리나라에 히트상품 개념이 등장한 것은 80년대 이후다.

그 이전에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중반은 경제성장이 지속되던 시기로 당시의 히트상품 요건은 경제상황과 기술력, 소비자들의 구매력 등이었다.

80년대 후반에는 "88 서울 올림픽" 특수와 맞물려 기술력이 앞선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90년부터는 히트상품의 개념이 바뀌었다.

시장 개방이 진행되면서 외국제품들이 잇따라 수입돼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체들은 경쟁속에 살아 남기 위한 방법으로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씀씀이도 80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으며 소비자의 취향도 다양하게 표출됐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90년대 이후에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강화됐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디지털 혁명에 따른 마케팅으로 변화하는 추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이란 기존의 마케팅 활동에서 장애 요인으로 존재하던 시간과 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제품 기업 고객들이 상호 연결되어 가치를 만들어 가는 통합형 네트워크 마케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요업회사 "TOTO"는 고객의 대변 성분을 분석하여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담당 의사와의 연결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중이다.

또 GM은 올해 안에 1백만대의 차량에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핸드폰을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제는 차안에서 은행 업무를 보고 각종 정보와 접하는 이동 사무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품 기업 고객간의 융합 현상이 나타나는 디지털 시대에서 성공 마케팅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의 기호와 욕구 등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 고객의 제품 구입, 소비과정에만 초점을 맞추어 제품의 불만족만을 해소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앞으로는 고객의 전반적인 생활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해야 한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인터넷 기능 내장 전자레인지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의 특성을 스스로 파악, 조리방법에 관한 정보를 회사의 DB와 연결해 음식 조리와 관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둘째, 맞춤식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이다.

21세기 마케팅의 경쟁력은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샌드라 모리스 인텔 부사장은 "디지털 경제에서 수익창출의 가장 큰 원천은 고객맞춤"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고객간 지속적인 관계 및 신뢰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제 고객은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 역할도 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화하고 있다.

고객이 기업 경영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더욱 커지게 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2000 시험버전의 경우 전세계 65만명의 고객들이 품질 테스트에 참여했다.

디지털 혁명은 과거와 전혀 다른 속도로 우리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변혁 속에서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며 나가려는 자세와 뒤에서 이를 쫓아가려는 자세에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