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공습이 시작된지 한달반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발칸반도는 화염에 휩싸여 있다.

선진7개국(G7)과 러시아가 평화안에 합의하고 유고연방이 코소보에서
군대를 일부 철수하는등 사태해결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나토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으로 사태가 꼬이고
있다.

"인도주의" 명분으로 유고 응징에 나선 미국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 이쯤에서 사태를 수습하는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대해 미국내 일부 강경파들은 인권과 세계 평화유지를 위해 유고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시절 미국 유엔대사를 지낸 진 커크패트릭도
"무력으로 유고를 "녹다운"시키는 것만이 코소보사태의 유일한 해결책"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지상군을 투입, 유고정부로부터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리= 박영태 기자 py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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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에 대한 나토공습은 미국의 주도하에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세번째 군사행동이다.

인도주의를 위해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선 것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처음
이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 공격후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지로 군대를 철수하면서
쿠르드족과 시아파를 산악지대로 몰아냈다.

그 당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라크의 이같은 행동을 인권유린행위로
간주하고 즉각 군사행동에 들어갔다.

유엔은 이라크 군대가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미국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두번째로 나선 곳은 아프리카 소말리아였다.

수많은 국민들이 기아로 죽어가는 상황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소말리아
사태는 인도주의 입장에서 볼때 군사개입 이유로 충분했다.

당시 조지 부시 전대통령은 임기만료를 앞둔 상황임에도 군대를 파견,
기아확산을 막고자 했다.

미 국민중 82%가 소말리아에 대한 군대파견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소말리아 사태에 개입했다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모가디슈 전투에서 많은 미군 사상자가 나자 결국 빌 클린턴 대통령은
군대를 철수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파병을
미국의 국익보호를 위한 전략적 차원의 군대파견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 국민의 이같은 태도는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현상이다.

미국의 주도하에 나토는 코소보에서의 "인종청소"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유고 공습을 지난 3월 24일 감행했다.

유고공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

이것은 탈냉전 이후 유엔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됐다.

실제로 현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인도주의를 실현하기 어려운 대결
구도를 갖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표방하는 인도주의는 서방국가들이 내세우는 인도주의와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또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은 유엔의 이념과는 달리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제적 분쟁이 발생했을때 안전보장이사회가 최종 해결책을 결정
짓기 어려워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코소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국민의 인권을 억압하고 있는 중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코소보에 유엔
군대를 파견하는데 동의할리 없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의 군대 파견 여부를 도덕적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인 중국이 안전보장이사회 회원인 이상 안전
보장이사회가 인도주의적 문제와 관련해 제기능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유엔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본래의 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고 공습의 첫째 목표는 밀로셰비치 군대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코소보
에서의 인종청소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코소보 지역을 소개하기 위한 이들의 인종청소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러한 비인도적 행위는 70년대 폴포트의 프놈펜 소개를 연상시키는
야만스런 정책이다.

두번째 목표는 코소보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하루빨리 본국으로 송환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코소보에서 세르비아 군대가 철수해야 한다.

나토의 공습 중단도 이런 전제조건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최근에는 코소보사태 해결책으로 영토분할안이 거론되고 있다.

세르비아계에게 역사적 성지를 포함한 코소보 북쪽지역을 넘겨주고 나머지
지역은 알바니아계에게 되돌려주자는 것이 영토분할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이 영토분할안을 수용하더라도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인종청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알바니아계가 전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비알바니아계에게 영토의 절반을 넘겨주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
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난민들을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기도 어려워진다.

코소보 지역에서 비인간적인 야만행위를 저지른 세르비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으로 난민을 돌려보낼 경우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토분할을 통한 문제해결은 결과적으로 발칸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인 밀로셰비치에게 전리품을 안겨주는 꼴이어서 더욱 그렇다.

프랑스 철학자인 버나드 헨리 레비는 보스니아 문제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구태여 개입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전쟁에 개입했다가 자칫 사상자만 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그의 견해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 대학생들은 베트남전쟁 당시처럼 미군 파병에 반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레이건 전대통령이 그라나다에 군대를 파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군 파병을 둘러싼 미국내 반대여론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지상군 파견을 포함해서 코소보에서 맡은 역할을 충분히 해낼 만큼
미국은 건재하다.

인도주의를 위해 미국은 언제든지 중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