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는 것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장성이
뛰어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비핵심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한데 따른
것이다"

에크하르트 로캄 독일 티센인더스트리사회장은 13일 전경련주최로 전경련
회관 경제인클럽에서 가진 조찬강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5대그룹을 중심으로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포함한 사업구조조정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티센그룹은 철강 자동차부문을 주력으로 하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이다.

로캄 회장은 "한국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등 독일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92년이후 독일이 민간부문개혁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했듯
한국도 경제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캄 회장이 소개하는 독일산업의 구조조정 비결을 정리한다.

<정리 이익원 기자 ik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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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일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경제는 수요증가에 따라 건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수출은 97년 대비
두자리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장은 주로 민간부문의 개혁에 따른 것이다.

지난 94년이후 독일의 생산성은 30%이상 향상됐다.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올 1.4분기중 은행들이 기업과 개인에 공급한 신규자금은 작년 같은 기간의
두배나 된다.

자연히 고용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첨단 업종에서 독일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생명공학과 유전공학분야에서 독일은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 있는 7백20여개의 생명공학 관련회사중 1백여개사가 독일회사다.

그렇다면 독일 경제의 체질이 강화된 주요인은 무엇일까.

그 답은 기업마다 강점이 있는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경제의 주기적 호황과 불황에 따른 위험회피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티센은 10년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독일의 거대기업이었다.

물론 철강산업의 경기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부문을 확대한 측면이
있었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으며 여러 서비스부문도 거느렸다.

그러나 최근 3,4년새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 지금
독일은 민간기업의 변화된 모습을 잘 대변하고 있다.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 핵심사업에 힘을 모았다.

어차피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결과 티센 엘리베이터는 생산능력면에서 세계 4위, 수익성 측면에서
오티스에 이어 세계 두번째 위치에 올랐다.

또 미국의 기계공구업체인 기딩스앤루이스사를 인수함으로써 티센의 기계
공구생산능력은 세계 1위로 상승했다.

세계 강판시장에서 티센은 세계 3대 철강업체이다.

엘리베이터, 자동차부품, 강판 등은 이른바 핵심사업부문으로 전략적
중요성은 물론 산업에 대한 기업도가 큰 사업들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문은 중간정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지만 기여하는
가치는 낮은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거나
매각된다.

티센하니엘, 로지스틱스, 그리고 리사이클링이 그 사례이다.

투자철수 부문은 전략적 가치가 적고 수익성이 매우 낮은 부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철강부문의 많은 제품생산이 중단됐다.

최근 1년새 투자철수가 많이 일어났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없었다.

핵심사업부문을 육성하는 노력과 함께 서비스부문도 확충했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확충과 함께 서비스 성격이 강한 제품의
생산을 늘려야 했다.

서비스는 현지화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며 현지화는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서비스는 공급자와 소비자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키고 다른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세계적 조류가 토탈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티센은 의도적으로 서비스사업
부문을 확충해왔다.

티센의 총매출에서 서비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으며 수익성
면에서도 이를 능가하고 있다.

우수한 생산력과 함께 양질의 서비스가 보태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데는 기업의 규모도 중요하다.

물론 기업규모는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생산을 최적화하기 쉬운게 사실이다.

더욱이 큰 회사일수록 세계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쉽고 결과적으로 자본
시장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전제에 따라 지난해 티센과 독일 2위 철강업체인 크루프사의 합병이
이뤄졌다.

양사는 기업구조와 사업전략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양사는 앞으로 새 시장으로 떠오를 동아시아 및 중남미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일정한 규모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또 유럽과 북미등 기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할수 있게 됐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인력이나 설비를 통합함으로써 생산의 최적화를 달성한
셈이다.

앞으로 합병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대표적인게 자동차부품분야이다.

티센과 크루프는 중남미지역에 크랭크축과 같은 제품을 공급해왔다.

티센은 크랭크축을 주조로 생산하고 크루프는 단조로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두회사는 이 지역에서 명백히 주도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의 시기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경기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장기적인 위기를 내다보고 합병을
추진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센과 크루프사의 합병말고 이같은 현상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새로운 자동차제조업의 장을 열 것이다.

폭스바겐의 롤스로이스 합병, BMW의 벤틀리(Bentley)합병 등은 주문자상표
시장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구조적인 재적응과 전략수정이 필요하다.

독일기업들은 이러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의 물결이 우리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

한국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년내 몇개의 한국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는 전저긍로 한국 기업의
노력에 달려있다.

물론 정부의 개혁의지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개혁방향이 옳다고 보지만 충분한지는 의심스럽다.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획일적으로 사업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현금흐름을
양호하게 하고 사업을 합리화하는 등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고 한국기업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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