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곤란한 전쟁을 이겨내는 것 외에 내가 할 일은 없다.

...

전쟁이 아무리 심해지고 아무리 괴롭더라도, 아무리 길게 끌더라도 히틀러
를 타도하고 영국을 지켜보리라...

내가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뿐이다"

너무 자주 인용되는 윈스턴 처칠의 이 말은 그가 2차대전때 총리에 취임
하면서 국민들에게 호소한 내용이다.

한국은 지금 전쟁 못지않은 경제적 위기에 처해있다.

국가가 파산할 지경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2차대전때의 영국 국민들처럼 우리도 싸워야 한다.

거기에는 처칠의 말같이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만이 필요하다.

이 엄청난 고통을 모든 경제주체들이 분담해야만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은 어떤가.

서로 자기만 살아남으려고 고통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는 인상이다.

금융기관끼리, 또는 금융기관과 기업간에 불신만 팽배하여 경제의 혈액과
같은 돈이 필요한 곳에 흐르지 않고 있다.

벌써 생필품난을 우려하여 사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더더욱 구렁텅이에 빠질뿐이다.

대통령선거에 뛰고있는 후보들의 언동도 해괴하다.

경제난과는 아랑곳 없는 태평세월인양 엉뚱한 주제들만 들춰내어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고통분담의 호소는 들리지 않고 무엇무엇을 해주겠다는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거품을 빼내야 할 계제에 거품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IMF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초긴축을 해야 할 마당에 돈이 어디 그렇게
있다고 해주겠다는 것이 그리 많은가.

우선 고통분담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제살리기 1천만명 서명운동의 10대 실천강령도 그 골간은 고통분담이다.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이용, 국산품애용, 저축증대, 사교육비 줄이기,
호화사치추방, 음식쓰레기 줄이기, 해외여행자제, 1시간 일 더하기, 노사화합
등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경제난 극복의 첩경이다.

쓰레기만 반으로 줄여도 50억달러를 갚을 수 있는 것이다.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도 고통분담을 약속하는 국민적 결의대회처럼 돼야
한다.

IMF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