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이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만제회장을 재선임해 "김회장 2기 시대"를
출범시킨다.

이날 주총에선 김회장과 함께 김종진사장을 비롯한 30여명의 현 임원들이
대부분 연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은 이와함께 10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 투명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올들어 주요 그룹들의 경영진 수뇌부가 대폭 물갈이 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포철은 현재 경영진이 모두 재신임을 받는 셈.

이는 지난 3년간 김회장 경영체제가 사내외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포철은 95,96년 연속 8조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95년엔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8천4백억원의 흑자를 실현했다.

작년에는 철강시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중 가장 큰 규모인
6천2백억원의 흑자를 냈다.

물론 김회장에 대한 호평이 이같은 외형성장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포철의 체질변화와 질적성장을 주도한 점이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김회장은 포철회장 취임이후 "녹색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다.

녹색경영이란 유연한 조직과 민주적인 관리, 투명한 경영을 골자로
하는 그의 경영혁신 철학.

김회장은 이를 근간으로 사업구조 개편, 조직및 관리제도 개선, 경제성
마인드 운동등 경영전반에 대한 혁신에 착수했다.

김회장은 특히 사업구조를 철강 건설 엔지니어링 에너지 정보통신
등 미래성장사업으로 집약하고 93년 당시 46개이던 출자회사를 15개사로
대폭 줄였다.

또 경영위원회와 본부장책임제 팀제를 도입해 결재단계를 7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외부인사로는 처음으로 포철 회장에 취임한 김회장으로선 뛰어난
조직장악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또 김회장은 정치적인 이유로 포철을 떠났던 박태준 전회장의 핵심인맥인
황경로 전회장 정명식 전사장 조말수 전사장 등을 포철로 복귀시켜
포철OB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기도 했다.

김회장의 이같은 "포철OB 끌어안기"는 정치권에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는게
중론.

김회장 개인으로는 후발철강국 인사로는 처음으로 세계철강협회(IISI)
회장에 피선돼 한국 철강업계의 위상을 높인 것도 평가 받을만한 대목이다.

김회장의 포철은 그러나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반적인 철강경기 퇴조로 종전의 성장세를 얼마나 계속 유지할지,
한보철강의 위탁경영과 삼미특수강 공장 인수에 따른 부담을 어떻게 소화해
나갈지 등이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또 수요업계에 아직도 남아있는 독점 공기업으로서의 위압적인 이미지
등을 얼마나 빨리 탈색시키느냐도 마찬가지다.

학자에서 관료로, 관료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김회장이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