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호세=김영섭기자 ]

미국 뉴욕주 포킵시에 있는 IBM의 대형컴퓨터공장 로비에 들어서면
400l 짜리 냉장고만한 컴퓨터 한대가 전시돼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저장장치공장 브리핑 룸에도 비슷한 크기의
디스크저장장치가 단촐하게 놓여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냉장고 크기의 컴퓨터 한대면 족하고 대용량의
데이터처리가필요한 경우라면 대형냉장고 두개 정도의 본체와 저장장치를
설치하면 해결된다.

생산라인도 PC공장인지 대형컴퓨터 공장인지 도무지 구분이 가지않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돌변해버렸다.

"메인프레임은 죽었다.

이제는 서버의 시대이다"

IBM의 대형컴퓨터 시스템전문가인 로저 라슨씨는 세계 대형컴퓨터시장의
추세를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메인프레임(80년대 후반까지의 대형컴퓨터)을 가동하기 위해 대규모
전산실을 갖추고 컴퓨터에서 나는 엄청난 열을 식히기위해 공조와
배관전문인력까지 동원해야 했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대신 PC처럼 사용하기 간편한 대형컴퓨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같은 변모는 90년대초부터 시작된 대형시스템의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에서 비롯된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른대신 고가인 기존의 Bipolar 방식을 포기하고
저가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모험을 했다.

속도는 다소 늦지만 값싸고 열과 전력소모를 대폭 줄인 CMOS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방식의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결과 동일한 성능의 대형시스템을 종전의 5분의1 가격에 공급할
수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설치면적을 지난89년의 1,200평방피트에서 75평방피트로, 전력소모를
종전의 5%선으로 줄일수 있게됐다.

시스템에서 나는 열이 적어 별도의 냉각장치를 가동할 인력도 절감할
수있게됐다.

이때문에메인프레임시대에는 회사차원에서 전산실을 둬야만 가동할
수있던 대형시스템을이제는 부서단위에서도 운영할 수있게 된 것.

IBM이 최근 선보인 S390의 9672-R4모델은 이같은 특성을 가장잘갖춘
대표적인 기종이다.

이 모델은 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컴퓨팅시대에 걸맞게 데이터의
전송시 이를 암부호화 해주는 기능은 물론 순간 정전때에도 계속
가동할 수있도록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다.

대형컴퓨터의 운영체계에도 혁신이 이뤄졌다.

IBM의 소프트웨어인 OS390은 기존의 메인프레임 어플리케이션 뿐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 편리한 유닉스 어플리케이션까지도 통합해 누구든지
대형컴퓨터를 손쉽게 사용할 수있는 길을 텄다.

IBM은 연말까지 윈도NT환경에서도 대형시스템을 쓸수있도록 해
대형시스템이 메인서버로 확고한 기반을 다질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저장장치와 백업시스템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24시간 중단없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백업을 받을수 있는 "스냅샷"기능을
개발하고 해마다 저장용량을 100%씩의 높여나가고 있다.

오는98년경에는 노트북 컴퓨터에 사용되는 2.5인치 디스크를 대형시스템에
사용할 수있을 정도로 저장용량을 높일 계획이다.

IBM이 대형시스템 분야에서 보이고 있는 변신은 대형컴퓨터도 PC처럼
짧은 라이프사이클을 그리며 소비자와 친숙해지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