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비자금파문이 어음할인과 사채시장에 악영향을 끼쳐 자금시장이
왜곡되고 기업들의 자금사정 양극화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주)논노와 같이 부도업체가 다시 부도를 내는 사태를 막기위해 법정
관리제도를 없애고 은행의 자기앞수표와 어음을 폐지하고 개인수표와 상업
어음이 대표적인 결재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일 "최근의 기업자금동향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주최한
시사경제토론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만기한양대교수는 비자금수사의
장기화가 자금한파를 몰고 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교수는 <>당좌대출상환과 월말자금결제등으로 어음할인수요가 평소보다
20~30%정도 늘어나고 <>사채시장이 얼어붙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비자금파문으로 인한 "인재성 불황"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지난달말(10월30일 "최근 사채시장동향과 향후전망"에서)
비자금파문이 사채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분석한 것과는 달리
기업들은 사채시장 동결로 자금한파를 호소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자금한파는 대기업들에게 시중 자금이 편중돼 있고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전반적인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교수는 이같은 자금흐름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 거시적으로는 비금융
산업의 금융산업지배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금융산업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기능을 강화해 부도를 낸 기업인은 다시 금융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법정관리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당좌거래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은행의 자기앞수표와 어음을 폐지
하고 상업어음과 당좌수표만을 유통시키는등 어음관행의 부조리를 고칠 수
있도록 금융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재웅성균관대교수 윤증현재정경제원 금융총괄
심의관 좌승희한국개발연구원선임연구위원 최동규중소기업연구원부원장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