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합물산은 지난달 19일 힐튼호텔에서 숙녀복 "예씽"설명회를 가졌다.

오는 8월중으로 매장확보와 함께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두산상사는 지난 4월 서울 청담동에 1호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선 미국 골프의류 "바비존스"를 직수입 판매한다.

올해안으로 서울지역에 4개매장을 추가로 개장할 계획이다.

종합상사인 쌍용은 이에 앞서 지난해 추동시장에 가죽의류 "레씨"를
내놓았다.

동부그룹의 수출입대행 창구인 동부산업도 같은 시즌 숙녀복 "매니페디"를
선보여 여성 캐주얼의류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현재 직영점 1곳을 비롯해 백화점과 전문매장 16곳, 대리점
3곳등 총20개의 판매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기업그룹이 앞다퉈 내수의류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무역업체들이 앞장서고 있다.

(주)대우같은 경우는 신성통상과 세계물산등 관련사가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이렇게 보면 7대종합상사 가운데에서도 현대종합상사와 효성물산만을 제외
하곤 모두 의류사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 두 업체도 내수의류시장진출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미섬유로 "쓴 맛"을 본 효성은 효성물산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의류
사업을 한번 벌여보려고 벼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형무역업체들이 앞다퉈 의류시장에 뛰어드는 속셈은 뭘까.

"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을 앞두고 유통망확보의 교두보로 내수의류시장을
택한 것"(신성통상 양무철이사)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의류판매로 당장 "현찰"이 생기지 않더라도 대리점확충 과정에서 유통거점
을 확보하고 유통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합물산 의류내수팀 구동민부장도 "내수시장은 이제 유통싸움"이라며
"의류사업진출은 유통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의 의류시장 신규진출은 "기현상"으로 받아들여질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섬유=사양산업"이란 인식이 아직 불식되지 않았고 특히 의류
산업 경쟁력이 날로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의류시장은 중국 동남아등 후발개도국에 저가시장을 계속
뺐기고 있다.

고가시장도 이탈리아 프랑스등 패션선진국에 잠식당하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을 노린다면 도저히 내수의류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그러니까 대기업들의 의류사업진출은 유통망확보 이외에 또 다른 뭐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내수부문 강화에 있다.

수출 수입 내수의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것.

L상사 반도패션의 허승조전무는 "일본상사 매출의 45%가 내수인 반면 국내
상사의 내수비중은 3% 수준"이라고 말한다.

일본 상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국내 종합상사들이 내수비중강화로 사업
구조재조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후발업체들을 내수의류시장에 끌어들인 일차적 동인은 내수의류시장의
활황세다.

내수의류시장은 90년대 초반이후 매년 20%이상 성장해 연간 14조원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계속적인 광고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재고부담을
안더라도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는데는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의류
산업협회 김명호상무)는 판단을 하고 있다.

꿩(유통망 확보)도 먹고 알(의류판매)도 먹자는 심산인 셈이다.

지난해 (주)성안과 일신창업투자, 올들어 한양유통등 비의류기업이 의류
시장에 진출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대기업들의 신규진출은 한정된 시장내에서 과당경쟁을 초래할게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기존업체와 신규업체의 땅빼앗기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삼성물산 LG상사 코오롱상사 선경등 선발업체들은 신규브랜드 출시
확대와 유통망확충등 사업확장을 통해 시장지키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랜드 신원 나산 서광 신성통상등 의류전문대기업들도 유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이제까지 내놓지 않던 복종의 새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빈약한 중소전문업체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우려하며 대리점 이탈과 인력유출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이들 무역업체의 신규참여를 곱잖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의류수출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수출업체들의 내수참여열풍이 불었던
80년대말을 떠올리기도 한다.

공급과잉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 권녕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