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의 재계는 새롭게 파워엘리트로 부상하고 있는 전문
경영인군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20세기 후반이후 기껏해야 반세기의 짧은 역사에 그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그동안 앞만보고 달리면서 이룩한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오너만이
가질수 있는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한 줄기찬 도전의식, 쉬지 않는
추진력, 경영전반에 걸친 절대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21세기를 바로 눈앞에 두고 출범하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급속한 경영환경변화는 오히려
오너보다는 전문경영인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개발경제시대를 배경으로 거대기업이 탄생하고 몰락했던
이제까지의 시절과는 전혀다른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하면서 경영진의
권력이동(Power Shift)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급속한 정보화시대로의 진입과 더불어 기업경영도 이제 전문화 국제화
다기화 복합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도 국내에서의 기반구축에 자족해온 단계를 넘어 세계속의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다국적기업화가 진전되고 있다.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경영의 분권화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수 있고 변화를 창출해낼수 있는 식견과 경험 능력을
갖춘 새로운 전문가그룹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경제정책의 기조는 경제정의실현을 위한 업종전문화,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제력집중완화 촉진및 국가경쟁력제고를 겨냥한
산업구조조정에 주안점이 두어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기류와 더불어 전문경영인들이 기업경영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그동안 오너중심으로 그려져온 기업의 권력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이같은 변화는 시작됐다.

그 단적인 사례가 재계의 본산으로 일컬어지는 전경련의 30대그룹 기조
실장회의이다.

1.5세 총수로 불리는 최종현회장체제의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이 기구는
전문경영인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고 있다.

한국의 재계를 이끌고 있는 30대그룹의 간판급 전문경영인들이 중심이 된
기조실장회의에서는 재계의 주요현안들이 논의되고 그 대책이 결정된다.

이는 과거 창업주들이 중심이 된 재계원로들의 밀실운영이 지배했던
전경련의 중대한 변화이자 전문경영인들의 위상이 종전과는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더욱이 지금 재계전반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운동과
2,3세 경영인으로의 급속한 세대교체바람이 상승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전문경영인그룹의 부상은 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 기업의 생존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이같은 경영
혁신은 대체로 그동안 오랜 기간에 걸쳐 경영전반에 대해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2,3세 총수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새로운 다음세대 전문경영인들의 본격적인 부상에 의한
전문경영인그룹의 세대교체도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오는 21세기의 한국 재계는 전문경영인들이 권력구조재편의 주역
으로서 새로운 파워집단을 형성, 전면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구도를 그려
나가게 될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지금까지의 전문경영인들은 기업경영의 권한과 책임에서 오너들과
몫을 반분해 왔거나 오히려 오너쪽에 더 많은 무게를 실어주었다면 앞으로의
전문경영인들은 새로운 위상구축을 통해 더 많은 권력지분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