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두차례 석유파동을 일으키며 세계경제를 호령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가격통제기능을 상실한채 쇠락하고 있다.

작년말 유가가 5년래 최저치로 곤두박질했을때 세계 최대 카르텔 OPEC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쿼터이기주의에 집착, 회원국간에
책임을 전가하는등 내부분열만 표출시켰다.

지난 3월25일 있었던 시장감시위원회(MMC)에서도 유가안정을 위한 감산
논의를 펼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무용론 이 제기될만큼 OPEC가 무기력해진 것은 고질적인 조직내 불화에다
장기적인 저유가 및 에너지세부과등 외환이 겹친 탓이다.

OPEC는 작년 10월이래 유가폭락과 걸프전에 따른 군비증강등으로 사상
초유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5월들어 유가가 배럴당 18달러(WTI기준)까지
다소 회복되긴 했으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90년대말까지 배럴당 10달러, 미국이 배럴당
3달러50센트의 에너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중동국가들과
회담을 벌이고 있어 석유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OPEC는 작년초 선진국들이 에너지세를 적용할 경우 2000년께에는
수요량이 당초 예상한 6,940만배럴에서 무려 410만배럴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OPEC는 이같이 달라진 국제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내세우는 시장몫고수 정책과 이란등이 주도하는 유가지지 정책사이에서
혼미를 거듭해왔다.

가채연수가 150년에 달할만큼 풍부한 매장량을 갖고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장기적인 생산및 판매전략을 택하고 있다. 단기적인 유가인상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된 시장몫을 챙김으로써 석유수입의 증대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유가가 지나치게 상승하여 소비가 줄거나 선진각국이 대체에너지개발에
나선다면 석유외에 내다팔 자원이 없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국가경제의
기반이 붕괴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등 OPEC내
걸프협력회의(GCC)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을 지지해 왔다.

반면 이란은 산유량감축과 유가인상을 통해 단기적인 석유수출수입을
극대화하려한다. 이는 이라크와의 8년전쟁을 치른뒤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재원마련이 절실하다는 배경에서다.

이란외에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알제리등 상대적으로 석유자원이
빈약한 국가들은 유가안정보다는 공급조절을 통한 "유가올리기"를
선호하고 있다.

OPEC가 안고 있는 또하나의 시련은 "이라크변수"다. 현재 UN 금수조치의
족쇄에 묶여 1일 50만배럴 생산에 머물러 있는 이라크는 올하반기나
늦어도 내년상반기안에 OPEC로 귀향할 전망이다.

이라크가 복귀할 경우 적잖은 파란이 예고된다. 금수조치가 해제되면
OPEC회원국들은 하루 280만배럴에 달했던 걸프전이전 쿼터를 이라크에
되돌려줘야 하지만 어느 회원국도 나눠 가졌던 몫을 쉽사리 돌려줄
것 같지는 않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간의 내분이 첨예화되면서 OPEC가 와해될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OPEC가 형식적으로는 연명할 것이나 산유량에서 앞서는
걸프국가들에 의해 가격정책이 좌우되는등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정책에 있어 공동입장을 취하는 GCC국가들이 미니OPEC와
같은 새로운 카르텔을 형성하거나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OPEC를
대체하리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