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공동체가 12일 외무부에서 열린 한.EC각료회의에서 그간
미결로 남아 양측의 경제협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던 지적재산권문제를
타결지은 것은 이번 회의의 가장 괄목할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EC측은 당초 한국이 지난 87년 미국과 합의한 수준인 완전소급보호를
요구했으나 우리측이 행정지도로 제조허가를 내주지않는 수준에서 EC의
양보를 얻어내 보호대상품목을 크게 줄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타결로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한일간의 물질특허보호문제
도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보여 국내 농의약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협상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특허등록이 안됐지만 EC에 물질특허로
등록됐다는 이유로 국내업체가 해당물질을 사용할수 없게됐으며 일본의
미시판물질에도 같은 보호조치를 취해줘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양측이 타결지은 품목을 보면 의약 2백34개,농약 42개등 모두
2백76개의 미시판물질 가운데 보호대상품목으로 의약 1백93개,농약 28개를
지재권 보호품목으로 확정하는 한편 나머지 55개 품목과 우리 업체들이
선의로 이미 개발 투자한 품목에 대해서는 EC측이 양해한 것이다. 우리측
기투자품목은 의약 4개업체 2개품목,농약 9개업체 6개품목으로 의약품은
대한중외제약,종근당,한미약품의 세피콤과 메파팬틴이다.

외무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적재산권 문제 타결의 의미와 관련,
"우리나라와 EC는 격증하는 경제협력필요에도 불구,지난 91년11월
양측간 기본합의가 이루어진후에도 지적재산권문제의 미결로 경협에 상당한
애로를 겪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의 양측간 경협은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 합의사항중 눈길을 끄는 또하나의 대목은 한국과 EC가 기본협력
협정을 체결키로 합의를 보았다는 점이다. EC측은 미국,일본,카나다등과는
정치 및 경제에 관한 협정을 체결,정상회담은 물론 각료급 회담이 정례화
되고 있는 실정이나 우리와는 아무런 고리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전부터
이를 강력히 요구해 오던중 이번에 원칙적인 결실을 보게 된것이다.

외무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와관련,"양측은 내년초 실무협의를 거쳐
상반기중 협정체결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경제.통상분야에 관한
기본협력협정과 정치.문화협력에 관한 선언이 협정체결의 요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측은 이 협정에서 양측간의 정상및 외무장관회담이 정례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일반특혜관세의 대한공여연장과 관련해서는 94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혔으나 사실상은 상당한 의견의 차이를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EC측이 1년씩 연장해 온 대한GSP공여문제와
관련,오는 96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까지 수혜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C측은 이에대해
대한GSP공여가 지난 92년 재적용되어 94년까지 늘어난만큼 95년에는 전면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문제는 사실상 양측 주장이 평행선만을 그린 채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대한GSP공여가 1년 앞당겨 질 때 우리측이 입는
피해규모는 약 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EC측은 우리의 "자동차 수출입불균형"문제를 강력히
제기,양측이 상당한 논란을 빚었다.

EC가 지난해 우리나라에 판매한 자동차대수는 5백44대고 우리측이 수출한
자동차대수는 9만6천5백71대로 나타났는데 EC는 이같은 이유를 우리측의
비관세장벽과 과소비추방운동 때문이라며 강력한 시정요구를 했다. 그러나
우리측은 수입원가가 7천만원이 넘는 경우에 한해 취득세를 일부 중과할
뿐이고 과소비추방운동은 소비자단체가 주관한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으나
이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측이 다자간 문제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역시 우리의
쌀시장 개방문제였다.

한승주장관은 EC측에 대해 "쌀등 15개기본품목의 경우 한국정부는
예외없는 관세화는 물론 최소시장접근도 불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우리의 정치,사회,문화적 특수성을 재삼 설명했다.

EC측은 이에대해 "예외없는 관세화가 예외가 있게될 경우에는 다른
UR협상참여국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만큼 한국정부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브리튼수석대표는 한국의 쌀시장개방에 있어 "개방기간의 유동성"은
있을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회담의 성과와 관련,"지재권문제의
타결로 한국은 EC에 있어 동북아에서 진정한 경제동반자가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한국과 EC관계는 기본협력 협정 체결과 와이즈멘
클럽 창설등으로 한차원 높은 단계로 진입하게 됐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