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산업경쟁력문제를 너무 통상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언뜻보기에 미국의 통상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외국기관이 낸 보고서같지만
미국의 업계 노동계 학계지도자들로 구성된 미경쟁력위원회(의장 조지 피셔
모토로라사회장)가 1년에 걸친 연구끝에 발표한 보고서의 결론이다.

"결과를 위한 지도(Roadmap For Results)"란 제목의 이보고서는 지난
80년대이후의 주요통상이슈를 사례별로 연구,이같이 결론을 내리고
통상정책은 기술정책 투자정책등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정책들과
조화롭게 추진될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기업의 경쟁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의 무역장벽으로 인해
통상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통상정책은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역장벽이 아닌 국제적인 요인에 의해 통상문제가 일어날 경우 통상정책에
대한 의존은 미국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통상정책을 사용하지 말고 기술및 투자정책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첨단제품의 수명이 짧은만큼 첨단제품과 관련한 통상정책은
빨리 결론을 내려야한다고 지적하고 "결과중심의 통상정책"은 선택적으로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로라 타이슨경제자문위원장이 입각하기 이전에
이 보고서작성에 참여했다고 이위원회는 밝혔다.

보고서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의 국제경쟁력문제가 외국의 무역장벽이 아닌 불충분한
기술개발투자,각종 제도적 제약,자본시장의 단기적인 안목등에서 발생할
경우에도 지나치게 통상정책에만 의존해 왔다. 이러한 경우 통상정책은
미국의 경쟁력회복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플렛 패널
디스플레이산업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산업자체의 경쟁력이
없는데도 미행정부가 무리하게 일본산제품에 대해 덤핑관세를
부과,수요업체인 컴퓨터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미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통상정책이 기술정책과 조화를 이뤄 성공한 케이스로는 반도체산업을 들수
있다.

미일반도체협상이란 통상정책과 세마테크라는 민관컨소시엄의 기술정책을
통해 산업을 지원,성공할수 있었다. 통상정책만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셀룰러 폰의 일본진출을 꼽을수 있다. 이경우 국내업계가 이미 기술개발에
대규모 투자,경쟁력이 충분한데도 일본의 시장폐쇄로 통상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무역보복조치를 수반하는 통상정책이 먹혀들었다.

통상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정부가 민간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업계 뿐만아니라 반도체수요업계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미일반도체협상이 성공적이었다. 반면 유럽의
에어버스보조금지급에 대한 무역보복조치위협은 항공기제작업체의 호응은
받았지만 수요자인 항공사의 반발을 사 결국 미통상정책의 신뢰성만
떨어뜨렸다.

따라서 경쟁력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정부에 건의했다.

첫째 통상정책은 경쟁력을 결정하는 다른 정책과 조화롭게 추진돼야한다.

둘재 주요산업이 직면한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업계 노동계 학계등
민간차원의 의견이 정책에 적극 반영돼야한다. 그동안 통상정책에서는
민간부문의 의견을 반영하는 채널이 있었으나 경쟁력의 또 다른 요소인
교육 투자 조세 규정등에 있어서는 별로 없었다.

셋째 통상및 경쟁력관련정책은 신속하게 실행돼야한다. 첨단기술산업에
있어서는 신속한 정책결정이 필수적이다. 의회에서 통상 기술 조세 투자등
경쟁력관련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경쟁력
패스트트랙(신속승인절차)"법안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세계각국의 시장 산업 기술정보를 빨리 수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무부 상무관 정보기관들의 경제정보수집기능을 강화해야하고
민간기업도 정부에 정보를 제공해야 행정부의 대외협상력을 높일수 있다.

다섯째 "룰중심의 통상협정"을 통해 외국의 무역장벽을 제거하되 이같은
방식이 효과가 없을 때에는 무역보복조치를 수반하는 "결과중시의
통상협정"에 의존,외국시장을 개방시켜야한다. 자발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룰중심의 협정이 바람직하나 일본처럼 구조적인 무역장벽이 있는
경우 결과중시의 협정이 필요하다.

여섯째 투자정책을 수립할때 기술및 통상정책을 함께 고려해야한다.
외국기업이 미국기업을 인수할때에는 미국의 기술유출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등을 고려,세심하게 주시해야 한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