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누설자"
기상청 예보국 수치예보과 정순갑사무관(39)의 별명이다.

1주일 열흘후는 물론 다가올 계절의 날씨까지 예보해야 하는 그의
업무에서 비롯한 장난섞인 애칭이다.

이름을 대신하는 별칭은 또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샐러리맨".

"천기를 누설하는 자,오래 살지 못한다"는 벗들의 농담도 듣고있다.

그는 요즘 장마를 앞둔 축대밑 마을사람처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올여름 장마에 대한 예보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과거30년간의 데이터를 재분석해야 한다. 각 지방기상대와의 연락상태와
장비도 챙겨야 한다. 올들어 유독 봄비가 잦은 이유와 장마와의
관련분석도 그냥 넘길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그는 미래의 일에 쫓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요즘 세태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부인 박연순씨(35)의 물가타령에도 관심이 많다. 정계장 스스로가
1만원을 쥐고도 살게 없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해오던 터이기 때문이다.

요즘 연일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는 사정정국은 "한여름 소나기같이
가슴을 시원스럽게 적셔준다"고 말한다.

공무원은 청렴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속에 살고 있는 그에게는
"부정""뇌물"같은 단어가 끔찍하게만 느껴진다.

부정이나 뇌물수수의 여지가 전혀없는 천기를 상대로한 직업을 선택한데
대해 새삼스럽게 긍지를 느낄뿐아니라 마음도 편하다.

기상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87년 3월.

"한 개인이 전국민을 위해 일할수 있는 직장이라는 생각에 무조건
입사원서를 썼습니다"
입사직전까지 서울대 충북대 강원대의 기상관련 학과에 강사로
출강,후배양성에 힘쓰다가 "실무기상을 해야겠다"는 일념에서 과감하게
강단을 떠났다.

지난73년 서울대 천문기상학과에 입학한지 14년만의 일이다. 예보가
생활이다보니 그의 직업관과 세계관도 남다르다. 정사무관은 자신의
연간생산량이 5백억원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자평한다. 예보가
정확할 경우 연간 5백억원의피해를 줄일수있다는 계산에서이다.

이탓인지 매사에 신중하다. 자그마한 실수가 엄청난 피해를 낳는다는
것을 체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주위에서 덜렁거리거나 대충 일을 처리하는 후배들을 보면
따끔하게 충고를 해주곤한다.

"기상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기상청의 시설과
장비가 너무 열악합니다"
60년대에 지은 낡은 청사와 용량이 적은 컴퓨터로는 후진국예보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풍속 풍향 습도 온도 기압등 5가지 요소를 일정한 대기방정식에
대입,시간에 따라 기상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첨단예보방법을
활용키위해서는 계산능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기상청은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슈퍼컴퓨터를
이용,자료를 전송받고있다. 이과정에서 송수신시간만도 6~7시간이나 걸려
애로를 겪고있다.

"슈퍼컴으로 정확한 수치예보를 해보는게 소원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촉구합니다"그의 어조가 단호하다.

예보계장답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선 "가끔 흐리겠으나 대체로 맑겠다"고
예보한다.

<고기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