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간에 산업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상대방기업의 기밀을 빼내려는 기업간 산업정보전은 종전에도 있었으나
냉전체제몰락후에 정부기관들이 산업정보전에 뛰어들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기업의 산업기밀을 보호하려는
CIA(미중앙정보부)가 최근 민간기업에 산업기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냉전체제몰락후 CIA의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CIA는
최근 수십개의 미방위산업및 항공산업관련 기업들에 프랑스정보기관이
이들회사의 산업기밀을 빼내려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7일 보도했다. 이같은 정보제공에 따라 휴즈항공사는
오는 6월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에어쇼"에 자사의 항공장비를 일절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CIA는 프랑스정부가 "군사대외비"로 작성한 21페이지에 달하는 정부문서를
입수,이같은 정보를 알아냈다. 이문서는 프랑스기업들이 관심을 갖고있는
21세기의 항공.국방기술목록을 수록하고 있다.

프랑스정부가 미기업들의 산업정보를 빼내려한다는 보도는 그동안 언론에
종종 등장했다.

얼마전 나이트 리더가 프랑스정부문서를 입수,미국주재 프랑스외교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연구개발 마케팅전략등에 관한 미기업기밀목록을
폭로했는가하면 지난11일 런던 선데이 타임스지는 조지 부시전대통령의
사생활에 관한 프랑스정보기관의 메모를 CIA가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주에 발행된 디펜스 위크지는 프랑스의 정부메모를
인용,정보수집목표가 되는 49개의 미기업과 24개의 금융기관목록을
공개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워싱턴주재 프랑스대사관은 펄쩍 뛰고있다. 언론이나
CIA에서 입수했다는 프랑스정부문서가 정말 프랑스정부에서 작성됐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미업계관계자들은 그동안 CIA가 비공식적으로 프랑스를 방문하는
기업인들에게 절대 서류가방을 호텔방에 놓고 나가지 말라는 충고를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CIA가 민간기업에 정보를 제공해도 좋으냐는 문제는 탈냉전시대의
CIA기능과 관련,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로버트 게이츠전CIA국장의 경우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클린턴 정권하의
올시국장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시국장은 지난달
미상원청문회에서 이문제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외교정책및
법률상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고 실토했다.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정보를
어떤 기업엔 주고 어떤 기업에는 안주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 법정 싸움의
회오리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에다
정보를 줄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상기업을 선정하느냐는 문제도 난제로
꼽히고 있다.

CIA는 이번에 미기업들에 충고성정보를 제공한것이 정책의 전환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기업들은 이처럼 친절한 정보를 전에는 받은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