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동안에 걸친 증권시장의 대세하락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상장기업들도 자금조달이 안돼
투자자못지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부분의 기업은 요즘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증시에서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와 유상증자의
길은 정부의 공급물량억제로 거의 막혀있고 회사채발행도 여의치 못한
형편이다.

이같은 양상은 지난 3년동안 증권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실적을
보면 잘 나타난다.

지난한햇동안 기업들이 직접금융시장인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모두
15조4천2백77억원으로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던 지난 89년의
21조6천2백82억원보다 28.7%(6조2천5억원)가 줄어들었다.

이중 기업공개나 유상증자등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규모는 같은기간중
14조6천6백91억원에서 2조6천8백70억원으로 무려
81.7%(11조9천8백21억원)나 격감했다.
특히 주식발행을 통한 증시의 자금조달기능이 마비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89년에 1백35건(3조5천4백46억원)에 달했던 기업공개는 작년에는
21건(2천2백68억원)으로 줄어든뒤 올상반기에는 1건(1백93억원)에
그치고있다.

유상증자도 마찬가지이다. 증자러시를 이뤘던 지난 89년
11조1천2백45억원에 달했던 유상증자규모가 작년에는 2조1천8백2억원으로
80%나 줄었다.

회사채발행시장은 이보다 조금 나은편이다. 작년 한햇동안
회사채발행규모는 12조7천4백6억원으로 지난 89년의 6조9천5백90억원보다
2배가까이 늘어났다.

많은 기업들이 주식발행이 여의치 않자 회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있으나
이역시 "풍요 속의 빈곤"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부도파문의 영향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지 못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년동안의 대세하락과정에서 주식시장의 침체로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것으로 볼수있다.

올 상반기중 유상증자규모는 8천6백6억원으로 작년같은기간
7천2백31억원보다 19%(1천3백75억원)늘어났으나 절대규모 면에서는 아주
적은 편이다. 현재의 추세를 감안해볼때 올 한햇동안 유상증자규모는
많아야 1조7천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작년의
2조1천8백2억원보다 5천억원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곧바로 유상증자격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어렵게 유상증자를 허용받은후에도 새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팔지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기업들은 시장유통가격보다 보통 30%정도 싸게 매각한다는 조건을 달아
"손님"을 끌고있지만 주가의 장기하락과 더불어 유상증자신주 소화가
갈수록 힘들어지고있다.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다
못팔아 남은 것,이른바 실권주를 우려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유상증자신주 소화에 자신이 없는 기업들은 아예 주주들이 포기하는
신주(실권주)를 증권회사에 도매로 넘겨 일반인들에게 공개매각하도록 하는
소화촉진책까지 동원하고있다. 지난 89년6월부터 도입된
주주우선공모제라는 유상증자방식으로 기업입장에서 볼때 증권회사에
실권주에 상당하는 금액의 0.2%에서 최고 2%까지의 인수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

이같은 "소화촉진비"까지 내면서 주주우선공모제로 유상증자에 안간힘을
쓰는 기업수가 10일현재 유상증자예고기업의 40%인 23개에 달하고있다.
작년만해도 전체유상증자추진기업중 26%가 이같은 고육책을 동원했었는데
올들어 실권주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주주우선공모제라는 비상책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5월 40억원규모의 유상증자계획을 공시한 한일양행의 약품의 경우
증시의 악성루머때문에 이 비상책마저 활용할수 없는 난처한 입장이됐다.

이 회사는 선경증권과 실권주인수계약을 맺고 주주가 포기한
유상증자신주를 증권회사창구를 통해 일반공모한다는 공시를 냈다가
지난달말 일반공모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주식시장에서 이
회사에대한 자금관련 악성루머가 유포되자 선경증권측이 주식인수를 포기해
취소된 것이다. 이제 한일양행은 주주들이 유상증자신주를 모두 소화해
주기를 기대하는것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시장자체가 유상증자를 제대로 수용할 능력을 잃은데다가 증권당국도
유상증자로 공급된 주식이 결국 주가를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판단아래 지난 90년부터 행정적인 증자물량조절을 하고있다.

시장의 수용한계와 정부통제에 걸려 유상증자규모는 빠른속도로
축소되고있다.

"하늘이 주는 자금"이라고 표현될만큼 조달비용이 싼 양질의 자금공급원이
눈에 띄게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