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의 들녘에서 밀밭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90년
밀생산량이 겨우 1,000t

40kg 들이 2만5,000가마에 불과할 정도로 그 명맥만을 지키고 있을뿐이다.
밀의 수요가 없어서 그런것도 아니다. 같은 해의 밀 수요량은 199만8,000t
이나 된다. 밀 자급률로 따져 본다면 약0.05%로 극히 저조한 것이다.

그 10년전인 80년만 하더라도 4.8%이던 것이 86년에는 0.2%로 떨어져 오다가
지금에는 제로를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다. 그 나머지의 엄청난 양은 수입에
의존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한국 밀농업의 실상이다.

옛날에도 밀이 주식의 대용이나 별식 간식용으로 사용되어 와서 그런지
스스로 밀을 재배하기보다는 수입을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고려도경"에는 고려때 밀생산이 적어 중국의 화북지방에서 수입해 왔고
밀가루값이 너무 비싸 잔치때나 밀가루 음식을 먹을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만여년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코카서스에 이르는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밀은 중국대륙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왔다. 경주의 반월성지나
부여의 부소산 백제군량창고지,평남 대동군 미림리등에서 탄화밀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밀이 이미 재배되고 있었음을 알수 있다.

몇천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의 밀농업이 정착되지 못한데는 몇가지 까닭이
있다. 한국인의 구미에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 그 으뜸이고 수확기가
주식용 작물이었던 보리보다 10일이상 늦어 벼 이앙에 지장을 준다는 것도
꼽혀진다.

근래에 우리 식생활이 서양식으로 크게 바뀌어 가면서 빵과 과자를
선호하게 되고 건강식으로 밀국수를 즐겨 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밀경작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런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도입되는 밀보다 가격이 3배 정도나 비싸 경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밀경작의 최대 장애다.

그러다보니 방부제와 살충제가 뿌려진 외국수입밀 식품을 어찌할수 없이
먹게되어 버렸다. 한데 민간단체인 "우리밀 살리기운동본부"가 최근
수확한 종자밀을 보급키로 하고 그 회원들이 전국 16개농촌에서 생산된
무공해밀을 전량 예매해줌으로써 밀밭이 되살아날 조짐이다